▲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 = 장석준 지음. 출판사가 '불세출의 좌파 이론가', '한국의 안토니오 그람시'라고 소개한 저자가 '세계 최초의 진보 정당'인 19세기 말 독일의 사회민주당에서부터 21세기의 실험에 나선 브라질 노동자당, 스페인 포모데스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 진보정당의 역사를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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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정당뿐만 아니라 프랑스 사회당과 공산당, 러시아 볼셰비키당, 이탈리아 사회당과 공산당, 미국 사회당, 오스트리아 사회민주당, 스웨덴 사회민주노동당, 칠레의 인민연합정부, 영국 노동당, 일본 사회당 등 진보·좌파 정당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이들의 이념적·형식적 스펙트럼이 무지갯빛 이상으로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파정당과 '리버럴 정당'의 차이는 엄연하며 둘의 분기점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충돌할 때 어느 편에 서느냐에 있다고 말한다.
진보정당과 연대한 경험이 있거나 일부 유사한 정책을 채택하는 일이 있다고 해도 리버럴 세력은 자본주의의 뿌리에 손대는 것을 거부하며 기득권과 민중의 권력 역전을 바라지 않는다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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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에 걸친 16개 에피소드에는 각 정당 안팎에서 이념과 실천이 어떻게 부딪치고 타협했는지, 마르크스와 엥겔스, 레닌, 안토니오 그람시와 로자 룩셈부르크, 장 조레스, 살바도레 아옌데 같은 인물들이 어떤 사상을 가지고 어떻게 싸웠는지를 들려준다.
저자는 "좌파정당의 모든 구성요소와 노력들이 추구하는 단 하나의 목표는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광범한 대중의 연합을 구축하는 일"이라면서 "촛불연합은 과연 21세기 한국 사회에 필요한 진보적 대중연합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서해문집. 560쪽, 3만원.
▲ 요즘 시대에 페미도 아니면 뭐해? = 노혜경 지음. '선배' 페미니스트에 해당하는 저자가 과거에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페미니즘의 분출 상황에서 자신의 사유도 '리부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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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사회와 현재의 사회는 여성의 현실에서 어떻게 달라졌는지, 과거의 페미니즘과 지금의 페미니즘은 어떻게 다른지,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페미니즘의 근본 정신과 방향은 무엇인지, 페미니스트로서 살아간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를 담았다.
저자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많은 용기를 내야 말할 수 있었던 페미니즘이 2019년에는 '상식적인 것'이 됐다면서 "나는 요즘이 페미'도' 아니면 행세하기 어려운 시대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페미니스트는 민주주의자처럼 현대인의 최소한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당당히 말한다.
동일방직과 YH무역 사건에서 페미니스트로서 각성했다는 저자는 시인이 되고선 문단 내 성차별을 목격하면서 여성 시운동을 하기도 했으며 노사모와 개혁당, 청와대라는 정치 현장과 숱한 거리의 현실정치 마당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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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마고원. 296쪽. 1만5천원.
▲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 정혜진 지음. 15년간 신문기자로 일하다 법학전문대학원을 거쳐 변호사로 변신한 특이한 이력의 저자가 국선전담 변호사로 일하면서 겪은 법정 안팎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6년차 국선전담인 그는 약 2천 명의 피고인을 만나왔다.
국선전담의 변호를 받기 위해서는 구속 중이거나 미성년자 혹은 70세 이상의 노인이거나 장애가 있거나 변호인을 스스로 구하지 못하는 형편이어야 한다, 성범죄 및 마약범죄 전담 재판부에 배정돼 매달 주어지는 25건 내외의 형사사건을 살피는 동안 저자의 눈에 밟힌 것은 범죄 자체만이 아니라 국선변호인을 만날 자격을 갖춘 취약 계층이 맞닥뜨리는 현실이었다.
형사 법정에 선 피고인은 돈이 없어도 변호인의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헌법의 뜻은 준엄한데 잘못한 개인에 대한 당연한 처벌 너머 취약계층의 현실은 여전히 가혹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소시지와 과자 등을 상습적으로 훔쳐 구속 위기에 처한 20대 남성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상습절도에 대해 가중처벌을 규정한 특가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해 해당 조항에 대한 헌재의 위헌 결정을 끌어낸 바 있다.
2023년 12월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과 하이든 교향곡 45번 ‘고별’로 6년간의 울산시향의 상임 지휘자 활동을 마친 니콜라이 알렉세예프. 그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작년 한 해 동안 많은 지휘자가 물망에 올랐다. 그 결과 지난 1월 울산시향의 열 번째 예술감독 겸 상임 지휘자로 오스트리아 출신의 지휘자 사샤 괴첼(Sascha Goetzel, b.1970)이 낙점되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유리 테미르카노프 사후 상트 삐쩨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지명된 알렉세예프는 지극히 엄격하고 보수적인 아카데미즘을 추구하는 스타일인 탓에 비슷한 성향의 포펜보다는 보다 정력적이고 개방적이며 오페라적인 묘미를 구사하는 괴첼이 선택되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한국 오케스트라의 여러 상임 지휘자들 가운데 오스트리아 출신으로서 빈 전통 레퍼토리를 구사하며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오랜 경험까지를 아우르는 지휘자는 괴첼이 처음인 만큼 귀추가 주목됐다. 그는 1999년에 창단된 투르크의 보루산 이스탄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이끌며 DG 레이블을 통해 바이올리니스트 네마냐 라둘로비치 협연으로 음반을 냈을 만큼 의미 있는 발전을 이룬 바 있다. 이처럼 훌륭한 오케스트라 빌더이기도 한 괴첼이 지난 3월 14일 울산 문화예술회관 콘서트홀에서 취임 연주회를 가졌다.그는 작년 울산시향과의 연주 이전인 2021년 KBS 교향악단과 통영국제음악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바 있는 만큼 한국과 지속적으로 인연을 맺어왔다. 따라서 울산 청중과 오케스트라에 대한 그의 태도는 낯설지 않고 자연스러웠으며, 무엇보다 지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이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되자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봉 감독 영화 중 단연코 최고"라는 호평이 있는가 하면 "심각하게 실망스럽다"라는 혹평도 나왔습니다. 아르떼는 <미키17>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전달하기 위해 릴레이 리뷰를 게재합니다.세계적인 거장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2019)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시상식(2020)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주요 부문 4관왕이 됨으로써 세계영화사를 새로 썼다. 이후 6년 만에 영화 <미키17>(2025)을 지구촌에 펼쳐놓았다. 한국 영화의 자부심이 된 봉 감독의 새로운 영화에 대한 한국 관객의 기대와 세계적인 관심에 부응한 듯, 막대한 할리우드 자본으로 의미 깊은 영화가 우리 앞에 진격한 것이다.지구인들이 외계 행성 니플하임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2054년을 배경으로, 다른 사람들과 달리 변변한 기술이 없던 미키 반스(로버트 패틴슨)는 사채업자를 피해 무조건 지구를 떠나야 했기 때문에 해당 내용을 잘 읽어보지도 않고 ‘익스펜더블’에 자원해서 니플하임행에 탑승한다. 그런데 ‘익스펜더블’은 로봇이 하던 위험한 실험을 진짜 인간이 대신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죽게 되면 휴먼프린팅 기계에서 다시 육체가 태어나고 그간의 기억은 머릿속에 이식되는 것이다.<미키17>은 그동안 만들어졌던 봉준호 영화의 색깔과 인장이 겹겹이 들어 있으면서도 새롭게 변주됐다. 지구 밖으로 튀어 나간 이 SF는 처음부터 외계 행성에서 시작하는 에드워드 애쉬튼의 소설 『미키7』과는 달리 사업 실패로 한국 사회에서 가장 견디기 힘들다는 채권추심원에게 시달리
2011년 4월의 어느 화창한 봄날,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는 영국 왕실의 주인이 되는 윌리엄 왕세자 커플의 성대한 결혼식이 열렸습니다.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세기의 이벤트에서 하이라이트는 단연 신부의 웨딩드레스였습니다. 최고의 패션 명가들이 웨딩드레스를 만들기를 원했지만, 영국 왕실의 선택은 여성 디자이너 사라 버튼이었습니다.세계적 명품 패션하우스는 여성복이 메인임에도 디자인을 책임지는 수장들은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습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최고급 패션계 역시 아직도 여성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유리천장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사라 버튼은 여성을 수장으로는 좀처럼 배출하지 않는 세계 럭셔리 패션업계에서 독보적인 서사를 쓰고 있는 여성 디자이너입니다. 알렉산더 맥퀸에서 거의 30년간 일했고, 알렉산더 맥퀸 사후에는 디자인을 총괄하며 브랜드를 한층 더 대중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인물입니다. 2024년 그녀가 알렉산더 맥퀸을 떠나 지방시로 이적한다는 소식은 패션계 최대 화제였습니다. 1996년 인턴으로 입사한 그녀는 알렉산더 맥퀸보다 더 알렉산더 맥퀸의 정체성을 상업적으로 강력히 구축한 페르소나였으니까요.드디어 그녀가 수장이 된 지방시의 새로운 패션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방시는 그녀의 데뷔 무대 직전 무려 1,600만 명이 넘는 팔로워가 있는 공식 인스타그램의 기존 게시물을 전부 지워서 게시물을 0으로 만들었습니다. 그간 지방시의 과거 패션과는 완전히 다른 사라 버튼만의 새로운 패션 역사를 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입니다.지난 3월 11일 파리에서 열린 그녀의 첫 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