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직장인 몰리는 IFC몰…성공 키워드는 '프리미엄 SPA'
오프라인 유통의 위기에도 소비자를 끌어모으며 성장을 이어가는 쇼핑몰이 있다. 이들은 소비자를 모으는 독특한 ‘집객의 기술’로 매출과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아이파크몰에 이어 위기를 기회로 만든 서울 여의도 IFC몰 사례를 살펴봤다. ‘주말과 저녁 여의도 상권은 공동화될 것’이라는 인식을 깬 비결은 평일에는 직장인, 주말에는 가족 단위 소비자를 유입시킨 과감한 매장 개편이었다.

인근 직장인 겨냥해 SPA 매장 늘려

IFC몰 지하 1~2층은 패션 매장으로 채워져 있다. 유니클로와 자라를 비롯해 마시모두띠, 코스, 앤아더스토리즈 등 대부분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다. 유행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곳들이다. 원래 이곳은 빈폴, 에잇세컨즈, 갭 등 국내외 일반 패션 브랜드가 자리잡고 있었다. IFC몰은 지난해 매장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2017년에는 미쏘 같은 국내 인기 SPA 브랜드를 들였다. 여의도에 근무하는 직장인을 겨냥했다.

IFC몰이 오프라인 위기를 극복한 키워드는 ‘프리미엄 SPA’다. 지하 1~2층에는 SPA 하면 흔히 떠올리는 브랜드보다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SPA 브랜드를 대거 모았다. 마시모두띠, 코스, 앤아더스토리즈는 단순히 ‘싼 맛’에 찾는다고 보기엔 힘든 옷을 판다. 한 벌에 적게는 10만원을, 비싸게는 40만~50만원을 넘나든다. 여의도 금융권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고소득 직장인이란 데 착안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을 위해 일반 패션 브랜드 대신 프리미엄 SPA를 늘렸다. 라운지웨어를 파는 오이쇼, 캐주얼 위주인 버쉬카처럼 다른 곳에선 찾기 힘든 SPA 브랜드도 들였다.

그 결과 여의도 직장인들의 발길이 평일 저녁에도 이어지고 있다. 한강 이남 쇼핑몰과 백화점에 가는 대신 이곳을 찾는 경우가 늘었다. 이는 수치로 나타난다. IFC몰의 매출은 매장 개편 전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IFC몰을 운영하는 SIFC리테일몰디벨로프먼트의 매출은 2017년 처음 4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448억원으로 늘었다. 주요 방문객의 소비력과 눈높이에 맞는 제품으로 효과를 본 IFC몰은 뷰티 매장 고급화에도 나섰다. 지난해 10월 샤넬 뷰티부티크 매장을 열었다. 샤넬 화장품을 모아 파는 곳이다. 샤넬이 백화점 면세점 채널이 아니라 복합쇼핑몰에 뷰티부티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의도 직장인 몰리는 IFC몰…성공 키워드는 '프리미엄 SPA'
키즈·먹거리 매장도 확대

평일 직장인들을 모으는 데 성공한 IFC몰은 주말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변화를 계속하고 있다. 서울 서부권에 있는 가족들이 갈 만한 백화점과 쇼핑몰이 별로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어린아이가 있는 부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테리베리베어 같은 키즈카페를 넣었다. 유튜브에서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채널로 유명한 캐리키즈카페도 있다. 캐리키즈카페는 IFC몰점이 서울지역 첫 번째 매장이다. 560㎡ 규모다.

최근 리빙 시장이 커지자 무인양품과 자라홈에도 층 한가운데 가장 큰 매장을 내줬다. 소비자가 쇼핑하다 쉴 수 있게 층별 통로에 있는 남는 공간도 활용했다. 곳곳에 소파와 테이블을 놓고, 만화책 4000권을 비치해 누구나 쉬다 갈 수 있게 했다.

먹거리도 IFC몰의 ‘주 무기’로 키우고 있다. 지하 3층에 있는 21개 식음 매장 가운데 15개를 3년에 걸쳐 교체했다. 차알, 판다익스프레스, 훠궈야 등 ‘맛집’으로 꼽히는 곳들이다. 소비자의 입맛이 빠르게 변하는 것을 고려해 매년 새로운 매장으로 바꾸고 있다. 이는 가족 단위 소비자뿐 아니라 인근 직장인들도 유입시키는 효과가 있다. 점심 장사를 위해 지하 1층도 개편했다. 외국계 패션 브랜드를 팔던 안쪽 벽면을 식음 매장으로 교체했다. 카페마마스, 알로하포케 등 이국적인 메뉴를 파는 브런치 카페 등을 10여 곳 선보였다. 여의도 바깥의 사람들도 ‘IFC몰 맛집’을 일부러 검색해 찾아올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IFC몰에서 운영 중인 매장은 117개. 올 들어 IFC몰 매출은 지난해 대비 15% 늘었고 방문객은 10% 증가했다. IFC몰 관계자는 “국제금융센터(IFC)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국적인 브랜드를 꾸준히 유치하고 있다”며 “20~40대 도시 직장인을 비롯해 아이를 둔 젊은 부부,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상권에 맞는 매장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