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韓·日관계 해법 찾아 열도 1111㎞를 걷다
도발적인 제목과 달리 <일본은 원수인가, 이웃인가>는 한·일 관계를 정색하고 되짚는 책이 아니다. 일본 도보여행 책이다. 한일경제협회,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에서 활동했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정책연구위원인 저자는 일본 남단 가고시마에서 홋카이도까지 걸었다. 61일 동안 4600㎞를 이동했다. 걸어서 움직인 거리만 1111㎞다. 저자는 천천히 걸으며 경험한 일본인의 의식구조와 새롭게 느낀 일본 특유의 문화를 찬찬히 풀어낸다. 일본 각 지방의 풍물과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생동감 있게 그린다.

올해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그간 일본에 관심을 두고 한·일 경제교류 분야에서 수십 년간 일해온 저자는 올해 혼자 걷는 일본 여행을 실행에 옮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세심한 계획이나 꼼꼼한 준비 없이 자유로운 일본어 구사 능력 하나만 믿고 무작정 길을 떠났다. 최악으로 치닫는 한·일 관계를 회복할 길을 찾기 위해선 일본의 현실과 일본인의 생각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뿌리 깊은 반일정서로 일본에 대한 사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일본을 걸으면서 무엇이 한·일 관계를 저해하는지 그 원인과 해결 방안을 성찰해보고 바람직한 한·일 관계의 그림을 그려보자”고 결심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손자병법 문구를 되새겼고, 무엇보다 현장에 답이 있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도보여행의 끝에서 저자가 내린 결론은 “‘이사 갈 수도 없는’ 두 나라의 선린우호 관계는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문신이자 외교관이었던 신숙주는 죽기 전 성종에게 “원컨대 일본과 화(和)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유언으로 남겼다. 저자는 이를 언급하며 “옛말에 ‘세 닢 주고 집을 사고, 천 냥 주고 이웃을 산다’고 했듯이 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100년 뒤의 한·일 관계도 ‘성신교린(誠信交隣)’이 답”이라고 강조한다. (허남정 지음, 글로벌마인드, 480쪽, 1만8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