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기업이 사회악?…근거 없는 공격에 답하다
‘대기업들이 정부를 통제하고 조종한다’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회사들은 사회악이다’. 기업에 대해 이처럼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은 극소수에 한정돼 있을까. 2016년 갤럽이 시행한 조사에서 기업을 ‘매우 신뢰한다’고 대답한 미국인 비율은 6%에 그쳤다. ‘꽤 신뢰한다’는 답변도 12%에 불과했다. 같은 해 하버드대에서 18~29세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1%가 자본주의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을 향한 막연한 비난을 반박하기 위해 <기업을 위한 변론>을 썼다. 코웬 교수는 기업에 대한 오해가 깊어지고 기업을 혐오하는 정서가 팽배하게 된 이유를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저자가 ‘기업’과 관련해 떠올리는 단어는 ‘번영’과 ‘기회’다. 기업이 생산한 재화를 통해 우리 자신의 창조적 욕구를 만족시키고 더 나은 삶을 이루는 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우리가 고귀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는 ‘이윤의 극대화’란 목표, 그 이상을 바라보는 기업들을 사례로 소개한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 직원들은 다른 행성과 별을 식민지로 개척해 이주하는 꿈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믿는다. 스카이프 설립자와 관리자들은 친구와 가족, 사업 동료를 한데 모아 화합시킬 수 있다는 이상을 품고 있다. 저자는 “크게 성공한 기업들은 그들의 사회적 역할이 소비자에게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비전을 고취하는 것이라고 여긴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기업에 대한 일방적인 오해와 과장된 시각이다. 저자는 객관적인 자료와 근거들을 기반으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오래 묵은 편견을 하나씩 풀어간다. ‘기업들의 부정’에 대해서는 개인과 기업 간 ‘택스갭(tax gap: 납부해야 할 세금과 실제 납부된 세금의 차이)’을 기반으로 기업보다 개인이 세금과 관련한 속임수를 더 많이 쓴다는 것을 보여준다. CEO의 연봉이 일반 기업의 시장 가치에 맞춰 움직인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그들의 연봉이 주주들에게 돌아갈 이익을 뺏는 게 아니라 최고 재능을 갖춘 CEO를 불러오는 데 필요한 비용임을 알려준다. 저자는 “기업에 관한 많은 문제는 사실 우리가 지닌 문제와 같고 인간 본성에 자리잡은, 상당히 보편적인 결함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기업을 이해하려는 대신 훈계를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독점과 정경유착, 문어발식 확장, 도덕성에 대한 비난 등 책에서 언급하는 장면들은 반기업 정서가 팽배한 한국의 현실과 겹친다. ‘기업과 자본주의의 파수꾼’을 자처하는 저자는 대다수의 기업을 ‘인류의 가장 높은 가치 대부분을 상징하는 존재’로 평가한다. 부를 창조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 기업이 이익을 늘리는 것과 더불어 어떻게 사회적 목표를 세우고 이뤄나갈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도 강조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저자는 답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새롭고 더 나은 개념을 찾아내는 것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