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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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방한 이틀째인 5일 한·중 갈등의 중심인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만든 것이며 한·중 관계가 이 영향을 받았다”고 노골적으로 미국을 비판했다. 반면 한국에 대해선 협력 강화를 역설하며 우회적으로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 조치) 해제에 공감한 전날의 기조를 이어갔다.

왕 부장은 이날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 우호인사 오찬 기조연설에서 “온갖 방법을 써서 중국을 먹칠하고 억제하며 발전 전망을 일부러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 배후에는 이데올로기 편견도, 강권정치 오만도 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다. 패권주의적 행동은 더 이상 인심을 얻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 부흥은 역사의 필연이며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며 미국에 불만을 표시하고 자국 중심주의적 사상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날 행사엔 이수성 전 국무총리와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정·재계 인사 60여명이 참석했다. 대기업에선 삼성과 LG, SK, CJ, 롯데 등의 임원들이 참석했다.

왕 부장은 연설 후 ‘한국에선 한·중 관계가 사드 때문에 여전히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드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서 만든 것이다. 미국이 만든 문제이며, 한·중 관계에 영향을 줬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패권주의를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서 매일 (패권주의를) 관찰할 수 있으며 그 내용이 매일 공론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의 교류에 대해선 전날에 이어 종전보다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조속 타결,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 적극 참여를 은근히 압박하기도 했다. 왕 부장은 한국 정·재계 인사들에게 세 가지 희망 사항을 말했다. 첫 번째는 ‘높은 정치적 상호신뢰 구축’, 두 번째는 ‘수준 높은 양자 협력 실현’, 세 번째는 ‘수준 높은 다자협력’이었다. 그는 “일대일로와 한국의 발전계획의 연결을 강화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조속히 끝내고, 무역, 투자, 제조, 금융, 환경 보호, 디지털 경제, 인공지능(AI_ 등 방면에서 실질적 협력을 심화시켜서 새로운 성장점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전날 회담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했다. 왕 부장은 “무거운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식사 마지막에 짜장면이 나와 아주 기분 좋게 끝났다”고 말했다. 또 “짜장면은 맛이 좋은 것도 있지만 중국어 발음과 똑같다. 중화 양국간 문화가 서로 통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