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우 남원서당 훈장 "리옹大서 전통예절 교육 반응 뜨거워"
60여곳 국내 전통서당 학생수 점점 줄어…훈장들 함께한 '독립지사 유묵展' 성료
맞절하는 한국과 프랑스…"리옹에 전통서당 만들어볼까요?"
맞절하는 한국과 프랑스…"리옹에 전통서당 만들어볼까요?"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만난 한재우 남원서당 훈장에게 인사를 겸해 "서당 교육은 잘 되느냐"고 묻자 환한 얼굴로 프랑스를 다녀온 얘기를 들려줬다.

한 훈장은 2주 전 자신이 사무국장으로 있는 한국전통서당문화진흥회 동료들과 함께 프랑스 리옹 대학을 방문했는데, 현지에서 있었던 우리 예절교육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지에 우리 전통서당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놨다.

다른 훈장 선생님들과 함께 리옹대 한국학과 학생들을 만났는데 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아 절을 올리는 우리의 전통 인사법을 설명하자 케이-팝(K-Pop), 케이-푸드(K-Food)처럼 큰 관심을 받았다는 것이다.

"100여명 정도 앞에서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절하는 것부터 알려줬어요.

상대방을 마주할 때 손을 뒤로하는 서양과 반대인 셈이죠. 상호 존중하고 예의를 갖춰 인사하는 우리 전통문화에 학생들의 관심이 컸습니다.

"
그는 프랑스와 함께 덴마크도 다녀왔다고 한다.

덴마크에 있는 학생들이 우리 전통 예법에 호기심을 가지는 모습을 보니 서당문화의 미래가 오히려 국내보다는 해외에 있는 것은 아니냐는 생각을 해봤다고 했다.

현재 국내 각지에 남아있는 전통 서당은 60여 곳 정도다.

전통 서당의 명맥은 근근이 이어지지만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 일반 학교 교육 현장에서 학생 수가 감소하는 영향도 적지 않다.

맞절하는 한국과 프랑스…"리옹에 전통서당 만들어볼까요?"
그럼에도 좋은 성적과 성공을 동일시하는 현행 교육 방식이 더 큰 문제라고 한 훈장은 부각했다.

성적을 높여 소위 명문대로 향하는 입시 위주 교육에는 관심이 큰 반면 배움의 핵심인 예절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고 쓴소리를 털어놨다.

그는 성공의 잣대가 성적 높이기에만 있으니 학생들이 서당으로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것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예의를 잘 지키고 살아가는 것도 참 중요한 일인데요.

"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최근 서당문화가 널뛰기, 그네띄기 등과 함께 무형문화재 예비목록 조사대상에 올라 문화재로 지정될 희망을 품게 된 것이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현장 조사 등을 통해 서당문화의 문화재 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오래된 서당이 지역 문화재로 지정된 적은 있어도, 우리 서당문화는 아직 문화재로 지정받지 못했어요.

문화재로 지정받게 되면 전통문화 보존은 물론 많은 학생과 시민이 서당문화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
한 훈장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올해 소박하지만 뜻깊은 행사를 치렀다.

전국의 서당 훈장과 서당을 다닌 경험이 있는 분들이 독립지사 30여명의 유묵(遺墨)을 재구성해 전시 작품으로 내놓은 것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경인미술관에서 있었던 '독립지사 유묵초대전'에서는 다양한 독립지사 유묵들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맞절하는 한국과 프랑스…"리옹에 전통서당 만들어볼까요?"
용성스님(1864∼1940)의 온고지신(溫故知新), 백범 김구(1876∼1949)의 민족정기(民族正氣), 도산 안창호(1878∼1938)의 애기애타(愛己愛他) 등 독립지사들의 유묵이 서당 훈장들의 손으로 되살아났다.

한 훈장은 '구학절어춘망우 지심항약야문뢰(求學切於春望雨 持心恒若夜聞雷)'라는 유필(遺筆)을 옮겨쓰는 것으로 전시회에 함께 했다.

이는 일제 강점기 헤이그 특사로 파견된 이준 열사(1859∼1907)가 생전에 남긴 글이다.

"학문을 구함은 봄에 비를 바라는 마음보다 간절하고, 마음을 갖기는 항상 밤에 우레를 듣는 것과 같다.

"
한 훈장은 "제가 서당에서 배우기로는 글씨는 기예(技藝)로, 추함을 면할 정도면 족하다고 하셨다"며 "훈장 선생님들이 서예에 뛰어난 예술가만큼은 멋을 내지 못하지만 독립지사의 정신만큼은 온전히 담으려고 애썼다"고 돌아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