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집 월드투어 후 이달 국내 투어…최근 프랑스 문화예술훈장 받아
나윤선 "뭐가 일어날지 몰라 기대되는 것…그게 재즈의 묘미"
"매일매일 오늘 공연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계속 기대를 하게 되죠. 그게 재즈의 묘미인 것 같아요.

"
한국을 넘어 유럽 최고의 재즈 보컬리스트로 선 나윤선(50)은 재즈의 예측 불가능성을 말하며 여전히 설레는 듯 눈을 반짝였다.

"그래서 공연이 많은데도 이렇게 지루해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 같다"라고도 덧붙였다.

올봄 10집 '이머전'(Immersion·몰입) 발매 뒤 월드 투어를 하고 7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나윤선을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났다.

'이머전' 발매와 함께 그는 프랑스, 독일, 스페인, 미국, 캐나다 등 유럽과 북미를 구석구석 돌았다.

매일 도시를 옮기다시피 하며 해마다 100회 가까운 무대에 선다.

그런데도 그에게 관객과 만남은 매번 변화무쌍하게 다가오는, 음식점으로 치면 '오늘의 요리' 같은 것이라고 한다.

"뮤지션 각자의 컨디션, 그 나라나 도시의 기운과 극장 안 관객들의 기가 모여서 함께 집중하는 순간"에 만들어지는 '감정의 이심전심'이 중요하다고 했다.

와인의 맛을 빚어내는 테루아르(토양·기후 등의 조건) 같은 거냐고 묻자 나윤선은 웃음을 터트리더니 "맞다"고 답했다.

"어떤 해는 더 맛있기도 하고, 어떤 해는 '완전히 망했네' 할 때도 있고요.

하하하."
나윤선 "뭐가 일어날지 몰라 기대되는 것…그게 재즈의 묘미"
나윤선 스스로 들려준 그의 음악 행보에서도 재즈를 닮은 유연함이 느껴졌다.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한 그는 처음으로 이번 10집을 메이저 음반유통사인 워너뮤직그룹과 월드와이드 계약을 하고 발매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미국 진출이나 도전장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대답을 내놨다.

그는 "제가 프랑스에서 20년을 넘게 했는데, 올해 쉰이지만 미국에 가서 다시 처음부터 새로운 뮤지션들과 한다면 또다시 20년이 걸리더라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새로운 시장에서) 잘 안 될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그래도 밑에서부터 다시 해볼 수 있다는 게 저는 흥미진진할 뿐이에요.

"
나윤선은 10집 '이머전'에서 작업 방식도 바꿨다.

그간 라이브로 한 번에 녹음하는 방식을 고집했다면, 이번엔 2주간 스튜디오 작업을 통해 실험적 방식으로 사운드 디자인을 쌓아 올렸다.

새로운 시도에 '자평'을 부탁하자 그는 "앞으로 음악 하는 데 당연히 거쳐야 할 단계 중 하나"라고 담백하게 답했다.

10집은 13곡 중 6곡을 자작곡으로 채웠다.

그는 다음 앨범에서 작곡을 좀 더 많이 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나윤선은 지난달 28일 프랑스 정부의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장을 받기도 했다.

2009년 아래 등급인 슈발리에장을 받은 뒤 10년 만에 다시 수훈한 것.
그는 "(슈발리에장을) 받고 나서 지금까지 나를 지켜봐 왔다는 건데, 이렇게 멀리서 온 사람에 관심을 갖고 계속 응원해 줬다는 게 고마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나윤선 "뭐가 일어날지 몰라 기대되는 것…그게 재즈의 묘미"
오는 12일부터는 제주에서 시작해 서울, 천안, 부산, 광주 등 11개 도시를 도는 국내 투어에 나선다.

10집 음악을 국내 관객에게 처음 라이브로 선보이는 자리다.

가족 같은 한국 관객들 앞에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느낀다고.
국내 보컬리스트로선 처음으로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두 번이나 받고 정상급 아티스트 반열에 올랐지만 나윤선은 여전히 "제가 이렇게 온 게 놀라울 뿐"이라고 말한다.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그의 내적 원동력도 멀리 있지 않다.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만 해오면서 살았어요.

그래서 사실은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