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은 서울 문래동 본사를 최첨단 스마트오피스로 꾸몄다. 독립 회의 공간 ‘허들팟’은 방음과 공기 청정 시설, 직원의 PC와 연동되는 클라우드 시스템 등이 특징이다. 한국씨티은행  제공
한국씨티은행은 서울 문래동 본사를 최첨단 스마트오피스로 꾸몄다. 독립 회의 공간 ‘허들팟’은 방음과 공기 청정 시설, 직원의 PC와 연동되는 클라우드 시스템 등이 특징이다. 한국씨티은행 제공
커피 한 잔을 들고 출근해 사무실 입구의 키오스크(무인단말기)에서 좌석을 신청한다. 배정되지 않은 자리 중 하나를 선택한다.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책상은 이미 다 나갔다. 사물함에서 양치 도구와 텀블러 등 개인용품을 꺼내 자리로 향한다. 햇빛이 잘 드는 자리에 앉아 컴퓨터와 전화기에 각각 로그인한다.

스타트업이 몰려 있는 공유오피스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 문래동 한국씨티은행 본사의 모습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9월 세 곳에 나뉘어 있던 소비자금융그룹을 서울 문래동 영시티로 집중시켰다. 통합 이전한 새 사무실은 ‘스마트오피스’로 탈바꿈했다.

직원 편의 고려한 업무공간

공유좌석제만 특별한 것이 아니다. 업무공간도 예전에 비해 훨씬 넓어졌다. 각 자리에는 모니터가 두 개씩 있다. 여러 작업을 한꺼번에 하기 편하도록 꾸몄다. 자리에서 바로 화상회의도 할 수 있다. 의자와 책상은 오래 앉아도 불편하지 않도록 고급 브랜드로 모두 바꿨다. 중요한 통화를 위한 집중업무실도 있다.

사무실 곳곳에는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커다란 부스가 있다. 회의공간 ‘허들팟’이다. 허들팟은 5명 안팎의 인원이 들어갈 수 있는 ‘사무실 안의 사무실’이다. 독립된 방이 아니라 부스지만 방음시설 덕분에 밖의 소리가 들리거나 회의하는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공조 기능이 있어 환기는 물론 공기 청정도 된다. 더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회의실도 넉넉히 마련돼 있다. 회의가 시작되면 스위치를 눌러 유리창을 불투명하게 바꿀 수 있다.

사무실 공간을 카페처럼

한국씨티은행은 한미은행 시절부터 쓰던 서울 다동 사옥을 지난 4월 매각했다. 도심이나 여의도가 아니라 문래동으로 본사 주요 부서를 이전하는 것은 파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씨티은행은 사무실을 이전하며 위치보다 직원 업무환경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내부 업무환경은 모두 씨티그룹의 글로벌 표준에 맞췄다. 서울뿐 아니라 뉴욕, 싱가포르, 홍콩 등 주요 거점 도시 사옥도 이 표준을 따랐다. 기업금융그룹이 집중될 예정인 서울 신문로 사옥 역시 이 표준에 맞춰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다.

직원 휴식공간 확충은 업무환경 개선의 큰 목표였다. 각 층 중앙부에는 ‘워크카페’라는 널찍한 휴식공간이 마련됐다. 직원들은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휴식을 취한다. 커다란 모니터가 비치돼 있는 부스석에서는 간단한 회의가 열리기도 한다. 로그인만 하면 모니터에 자신의 자리에서 작업 중이던 PC 화면이 그대로 뜬다. 모든 PC는 클라우드로 연결돼 있다. 한 직원은 “카페 같은 분위기여서 간단한 회의를 할 때는 워크카페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공유좌석제는 ‘양날의 검’과 같다. 부작용을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다. 국내 몇몇 기업은 공유좌석제를 도입했다가 얼마 안 돼 원상태로 돌아갔다. 좌석을 사유화하거나 ‘눈치껏’ 좋은 자리를 상사에게 양보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민한 한국씨티은행은 같은 좌석에 사흘 이상 앉지 못하도록 했다. 외국계 기업 특유의 수평적인 조직 문화도 한몫했다. 직급과 부서에 상관없이 옆자리에 앉다 보니 소통은 더욱 활발해졌다. 한 임원은 “매일 옆 사람이 바뀌다 보니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