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간 단식을 하다 쓰러진 뒤 2일 당무에 복귀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일성은 '쇄신과 통합'이었다.
황 대표는 이날 첫 일정으로 청와대 인근 '투쟁 텐트' 앞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그동안 너무 태만했다"며 "단식하는 동안 많은 교훈을 얻었다.
국민이 자유한국당이 다시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더이상 국민의 명령 받들기를 지체하면 자유한국당은 정말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고 문재인 정권 시즌2, 시즌3이 지속할 것"이라며 "국민의 명을 받아 과감한 혁신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이어 "변화와 개혁을 가로막으려는 세력들을 이겨내겠다.
필요하다면 읍참마속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본인의 측근이라도 당의 쇄신에 필요하다면 쳐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더불어 당내에서 쇄신 요구가 분출될 때마다 나왔던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당안팎에선 황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자마자 쇄신 의지를 강하게 밝힌 만큼 그간 베일 속에 감춰져 있던 컷오프 기준 등이 윤곽을 드러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황 대표가 지난달 20일 단식 투쟁을 시작하면서 "당을 쇄신하라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받들기 위해 저에게 부여된 칼을 들겠다"고 밝히자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바로 다음날 지역구 의원 3분의 1을 컷오프 하는 것을 포함해 현역 의원 절반을 물갈이한다는 내용의 인적 쇄신안을 발표했다.
총선기획단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비공개회의를 했으나 당 대표가 단식 중이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와 관련해 여야가 대치 중인 점 등을 감안한 탓인지 회의 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해왔다.
한국당의 컷오픈 기준에 대해서는 과거 사례 등을 토대로 해당행위 여부, 당무감사 결과, 여론조사 결과 등이 현역 의원의 평가 요소로 거론되는 정도다.
황 대표는 자신이 제안했던 보수통합과 관련해서도 "과거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자는 것"이라며 "새로운 가치를 정립함으로써 사이비 정치와 폭정을 서슴지 않는 현 정권과 싸워 대안으로 인정받는 통합이어야 한다"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통합 파트너로 거론된 유승민 의원이 통합의 조건으로 내건 보수재건의 3원칙 중 '탄핵의 강 건너자' '개혁보수 노선 수용'을 거론하면서는 "저의 생각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며 "통합도 구체적인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식 이전의 자유한국당과 그 이후의 한국당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다만 한국당의 집단 필리버스터 신청 이후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와 관련한 각 당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이 8일 중앙당 발기인 대회를 여는 등 신당 창당이 한창이어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궤도에 오를지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