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기요금 인상, 형평성 고려해야
한국전력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최근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꺼냈다. 탈원전,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전환 정책 영향으로 전력생산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전의 재무구조를 정상화하고 소비자의 전기 소비를 합리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어떻게 전기요금을 인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논란에서 산업계가 좌불안석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먼저,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주택용, 일반용, 산업용, 농사용, 가로등 등 용도에 따라, 그리고 각종 정책적 고려에 의해 요금을 차등 적용한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최근 10년간 10차례 인상됐다. 실제로 주택용은 원가의 70%, 농업용은 30% 수준이며 산업용은 원가에 거의 근접했다. 현재 원가와 같은 수준은 일반용 요금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이미 원가회수율이 다른 용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경부하 요금’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 요금은 밤 11시에서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전기 사용량이 적은 시간대에 할인해 주는 제도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낮 시간대 요금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 요금제가 뜬금없이 만들어진 건 아니다. 경부하 시간대 전기 생산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을 뿐 아니라, 전기 소비를 하루 중 가능한 한 균등하게 하는 것이 전기 생산 측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부하 요금을 인상하면 하루 중 시간대별 전기 사용량의 불균형이 더 악화될 수 있다.

나아가 산업용 경부하 전기요금 인상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 등으로 원가 상승 압박에 시달리는 산업계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에너지 다(多)소비 업종은 더욱 그럴 것이다. 물론 산업계도 가격 경쟁력 약화만을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용도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번 한전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계획에서 다행인 점은 산업용 경부하 요금 인상과 함께 경부하 이외 시간대 요금 인하를 동시에 검토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수요관리 정책과는 어긋날 수 있지만 산업계의 원가 부담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반길 만하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생산원가에 거의 근접한 요금 수준을 나타내는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용도별 형평성을 고려한 전기요금 현실화 계획을 조속히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