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중견 주류업체가 기획·개발한 복합 공간문화콘텐츠 ‘라뜰리에’가 한한령(限韓令)을 뚫고 중국 베이징 문화중심지인 왕푸징(王府井) 거리에 입성했다. 대전에 있는 맥키스컴퍼니가 장벽을 뚫어낸 주인공. 회사는 1일 “중국 측 운영 파트너인 문화전시 전문기업 톈천타임스와 협업해 지난달 8일 왕푸징에 라뜰리에 중국 1호점을 성공적으로 열었다”고 밝혔다.
限韓令 뚫고…지방 중견 주류업체의 신개념 문화 수출
‘라뜰리에’의 중국 진출은 2016년 사드 배치 확정 후 중국 내에 장기간의 한한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국내 지방 소주회사가 ‘부업’인 문화콘텐츠 사업으로 이룬 결실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업계에선 “대기업도 줄줄이 철수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중국에서 통할 만한 문화콘텐츠 사업의 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판 라뜰리에는 서울 동대문에 운영 중인 라뜰리에를 중국형으로 바꿔 수출한 것이다. 1124㎡ 규모인 라뜰리에는 ‘신들의 미술관’과 ‘프티 라뜰리에’ 등 총 2개 관으로 구성됐다. ‘신들의 미술관’은 신전을 모티브로 삼은 입구를 시작으로 프랑스 몽마르트르의 명소인 테르트르 광장, 모네의 정원, 고흐의 방 등 총 6개 공간이 그림처럼 연출돼 있다. ‘프티 라뜰리에’관에선 미디어 뮤지컬, 홀로그램 토크쇼 ‘에밀 졸라의 서재’ 등 명화를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재해석한 뉴미디어 이벤트가 공연된다. 반 고흐의 대표작인 ‘별이 빛나는 밤’을 소재로 한 미디어 뮤지컬은 전혀 새로운 형식으로 중국 관람객의 호평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 매출 700억원 규모의 중견 소주업체가 한한령을 넘어선 비결 중 하나는 역발상이다. K팝이나 K드라마처럼 한국색이 뚜렷한 콘텐츠를 고집하지 않았다. 대신 중국인들도 좋아하는 후기 인상파 화가와 작품을 소재로 다뤘다. IT와 미술이 결합한 미래형 콘텐츠라는 점도 한몫했다. 그림 속 인물이 관람객에게 말을 걸거나 미디어와 뮤지컬을 결합하는 등 이색적인 형태가 현지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평가다.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은 “베이징 진출을 발판으로 세계 각국에 ‘라뜰리에’를 수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