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안 무너진다는 이주열 총재
1%대 성장 경고하는 민간硏
한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2.0%)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이후 최저치다. 전망이 현실화하면 2017년 3.2%, 작년 2.7%에 이어 성장률이 하향 곡선을 그리는 것이다. 하지만 적잖은 국내외 기관은 올해 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0.4%에 그쳤기 때문에 연간 성장률 2.0%를 달성하려면 4분기 성장률이 0.97% 이상을 기록해야 한다. 박석길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10월 산업생산을 비롯한 거시경제 지표를 고려할 때 4분기에 전분기 대비 1.0%가량 성장하는 것은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한은이 2.0%대 성장률을 내놓은 배경에는 재정 지출이 있다.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은 “정부가 재정집행률을 높이려 하는 점을 올 성장률 전망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말 중앙·지방정부 재정집행률 목표를 사상 최고인 97%, 90%로 설정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앙정부 재정집행률은 10월 말까지 85%, 지방정부는 70%다. 작년 지방정부의 재정집행률이 85%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추세로는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은, 대내외 불확실성 과소평가?
한은의 내년 전망치(2.3%)도 민간 연구소들과의 온도차가 크다. 수출·소비 지표의 시각차가 특히 컸다. 이주열 총재는 “1단계 협상 타결 가능성이 커진 미·중 무역분쟁이 더 나빠지진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라며 “반도체는 선행지표 움직임 등을 볼 때 내년 중반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에 따라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2.2%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수출이 개선되면서 내년 설비투자는 올해보다 4.9%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LG경제연구원 등은 올해보다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세계 경제 성장률이 내년에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모두 2.9%로 내다봤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은은 작년에도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고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할 것이라고 봤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데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 1.9%에서 내년 2.1%로 좋아질 것으로 보는 한은의 전망에 대해서도 반박론이 적잖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민간소비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은 고용·가계소득 지표인데 최근 단기 근로자만 늘었고 근로소득 등은 줄고 있다”며 “집값이 뛰고 주거비용이 늘면서 가계 씀씀이가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0%로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상치 0.6%는 물론 한국경제연구원(0.5%)의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웃돈다. 한은은 2021년 성장률을 2.4%로 봤다. 이환석 국장은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낮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2021년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