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3%대 성장에 인도 GDP 8% 차지…모디 "한국 롤모델로 구자라트 개발"
인프라 우수하고 관료 부패 적어…일본·중국 기업 진출 쇄도
[르포] '한강의 기적' 꿈꾸는 인도 모디 총리의 고향 구자라트
다이아몬드(마름모) 형태인 인도 지도를 보면 서쪽 꼭짓점 인근에 유달리 굴곡이 심한 곳이 있다.

마치 종이를 구겨놓은 듯 해안선이 내륙 깊이 들락날락한다.

이 지역이 인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구자라트 주(州)다.

구자라트의 2011∼2017년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13.6%. 뉴델리, 뭄바이, 첸나이 같은 대도시가 인근에 없음에도 인도 28개 주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을 거듭했다.

28일 주도인 간디나가르에서 만난 투자 진흥 기관 iNDEXTb의 파레시 파이눌리 총괄국장은 "대도시와 그 주변만 개발된 다른 주와 달리 구자라트는 해안부터 내륙까지 거의 모든 지역에 산업 시설이 있다"고 강조했다.

구자라트의 면적은 19만6천㎢로 한반도(22만㎢)보다 조금 작다.

인구는 인도 전체 13억5천만명의 4.4%인 6천만명이다.

그런데 구자라트의 제조업이 인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놀라울 정도다.

인도 내 석유화학 제품 생산의 62%와 의약품 매출의 35%가 이곳에서 나온다.

특히 보석 산업의 경우 세계 다이아몬드 가공의 72%, 인도 내 다이아몬드 수출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구자라트가 인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7%나 된다.

주간지 인디아투데이는 최근 호에서 인도 내 경제 분야 최고의 주로 구자라트를 선정하기도 했다.

[르포] '한강의 기적' 꿈꾸는 인도 모디 총리의 고향 구자라트
간디나가르와 인근 경제 거점 도시 암다바드는 이런 역동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도시 외곽 순환도로를 따라 공사 중인 고층 건물이 늘어섰다.

직장인 로나크 파레크는 "두 도시 전체가 공사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은 먼지가 날리던 흙길뿐이었는데 지금은 반듯한 4차선 도로가 곳곳에 깔렸다"며 "행정 업무도 대부분 전산화되면서 관료의 부패가 크게 줄었다"고 강조했다.

[르포] '한강의 기적' 꿈꾸는 인도 모디 총리의 고향 구자라트
구자라트는 과거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주 중의 하나였다.

구자라트가 이처럼 상전벽해(桑田碧海) 수준으로 발전한 것은 나렌드라 모디 연방총리가 주총리로 재임하면서다.

모디 총리는 2001년부터 2014년까지 구자라트 주총리를 역임하면서 산업 인프라 확충 등 기업 환경 개선에 힘을 기울였다.

덕분에 현재 구자라트에는 인도 500대 기업 중 29개의 본사가 둥지를 틀고 있다.

이날 암다바드 인근에서도 다국적 기업 아다니, 제약기업 자이더스 등 굴지의 대기업 본사 건물이 줄줄이 눈에 띄었다.

[르포] '한강의 기적' 꿈꾸는 인도 모디 총리의 고향 구자라트
특히 모디 총리는 한국을 구자라트 개발의 롤모델로 삼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는 2014년 연방 총리 취임 후에는 인도 국가 전체의 발전 롤모델로 한국을 꼽고 있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10월 한 투자자 서밋 행사에서도 "나는 구자라트를 한국처럼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는 한국이 선보인 '한강의 기적'을 구자라트에서 펼쳐보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제 의미있는 결과물이 연이어 나오는 셈이다.

파이눌리 총괄국장은 "모디가 주총리로 재임하면서 구자라트를 완전히 변모시켰다"며 "인프라 대폭 확대, 정책 제도화 및 투명성 강화, 정부 역할 축소, 대규모 기업 유치 마케팅 등이 계속해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처럼 구자라트가 한국을 모델로 경제 발전을 일궜지만 정작 이곳에는 일본과 중국 기업이 더 몰려드는 분위기다.

특히 스즈키, 혼다 등 일본 기업 덕분에 구자라트는 아시아 최대 자동차 산업 허브로 떠오른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일본과 중국은 구자라트에 자동차와 전자 등 자국 기업으로만 구성된 산업 클러스트까지 갖췄다.

반면 한국기업은 이곳에 포스코, 신한은행, 롯데제과, 현대로템, 국도화학 등 10여 개사만 진출한 상태다.

[르포] '한강의 기적' 꿈꾸는 인도 모디 총리의 고향 구자라트
암다바드 인근 사난드 공단에 자리 잡은 포스코 가공센터의 한 관계자는 "인도 내 다른 곳과 비교하면 구자라트에서는 공장 설립 관련 인허가 과정이 상당히 빨랐다"며 "공무원 부패도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단 내 전선이 지중화돼 있을 정도로 인프라는 잘 갖춰진 편"이라며 "다만, 자녀 학교 수준 등 생활 환경이 다른 대도시보다 못해 한국 기업은 진출을 꺼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르포] '한강의 기적' 꿈꾸는 인도 모디 총리의 고향 구자라트
파이눌리 총괄국장은 "최근 중국 기업의 진출 기세가 무서울 정도인데 한국 기업의 진출 문의는 여전히 많지 않아 아쉽다"며 "구자라트의 인프라 등 장점이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