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철회를 요구하면서 단식 농성을 벌이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병원에 실려 가면서 여야의 대치가 28일 더 격화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황 대표의 단식이 일단 중단된 것을 계기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수용을 전제로 한 유연한 협상방침을 부각하면서 막판 협상 드라이브를 모색했으나 제1야당인 한국당은 오히려 저지 투쟁의 고삐를 죄고 있다.
민주당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미국 측에 내년 총선 전 북미 정상회담 개최 자제를 요청한 것을 맹비난했다.
반면 한국당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등을 공수처 반대 논리로 활용하면서 대여 공세를 강화했다.
민주당은 이날도 한국당에 강온 양면의 메시지를 보이면서 패스트트랙 정국 돌파구 마련에 당력을 모았다.
한국당이 협상에 나서고 공수처 및 연동형 비례대표 제도 자체를 수용하면 내용에 대해서는 한국당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히는 동시에 불가피할 경우 국회법에 따른 일방 처리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단식 투쟁을 하던 황 대표가 병원으로 이송된 것을 거론한 뒤 "황 대표가 건강을 회복하는 동안 국회는 할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와 공수처 신설에 동의만 한다면 민주당은 협상에 매우 유연하게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마지막 순간까지 자유한국당을 포함하는 합의의 길을 포기하지 않겠지만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또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최근 미국 측에 내년 총선 전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우려를 전달한 것에 대해 강도 높게 공세를 펼쳤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 혁신특위 회의에서 "아무리 당리당략을 위해 못할 일이 없는 한국당과 나경원이라지만, 어떻게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 남북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바라는 한반도 평화까지 위협할 수 있는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국민의 열망인 한반도 평화를 막아서는 일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선거 승리를 위해선 국가 안위도 팔아먹는 매국 세력이 아닌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황 대표의 병원 이송을 계기로 투쟁 강도를 더 끌어 올렸다.
당장 황 대표가 단식하던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정미경 신보라 최고위원이 이날부터 단식에 들어갔다.
황 대표도 의식을 회복한 뒤에 단식장으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나 원내대표가 전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황교안이다'는 마음가짐으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면서 "황 대표 단식을 잇는 강력한 정치투쟁과 함께 우리가 꼭 이뤄야 할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와 공수처를 저지하는 실질적인 투쟁을 함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협상 요구에는 '선(先) 불법 패스트트랙 법안 철회'를 요구하며 맞섰다.
한국당은 유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김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의혹을 '3대 친문 농단 게이트'로 규정하고 공세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이 '친문(친문재인) 보위부'로 규정하고 있는 공수처가 도입되면 정권 차원의 비리 수사는 불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유재수 감찰농단, 황운하 선거농단, 우리들병원 금융농단 등 3종 친문농단 게이트는 문재인 정권 비리 게이트의 빙산의 일각"이라면서 "이 엄청난 비리를 덮기 위해 공수처가 필요했던 것이냐"고 말했다.
한국당은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요구에 이어 당내에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도 구성했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는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당권파를 포함한 군소야당 간의 이른바 '4+1 협의체'에서 선거법 수정안을 논의하는 것을 비판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무책임하게 범여권 군소정당과 의석 나눠먹기 야합을 획책하고 있다"면서 "비례성을 강화한다면서 힘으로 밀어붙일 때는 언제고 이제는 지역구 의석을 도로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는 야합을 벌이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이어 "의석 나눠먹기 야합을 중단하지 않으면 정기국회가 올스톱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선거법 협상에 착수한 군소 야당도 비상 대응에 들어갔다.
정의당은 이날 국회에서 '여야 4당 합의 정치·사법개혁법 통과를 위한 정의당 비상행동선포식'을 개최했다.
민주평화당은 국회 본청 계단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선거제 개혁을 위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야권 잠룡인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18일 주장했다. 조기 대선 개최 시 야권 대선후보로 이 대표가 유력한 상황에서 후보 교체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이 고문은 이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저는 진작부터 윤석열, 이재명 두 분의 정치가 함께 청산되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민주당에서 다른 후보를 내면 더 쉽게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이 고문은 "왜냐하면 여론조사를 보면 이 대표는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며 "그걸 껴안고 어떻게 선거하며 선거 후 설령 이긴다고 하더라도, 그 거부층을 어떻게 안고 국가를 운영하나. 민주당이 책임 정당이라면 당연히 고민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이 고문은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이 대표의 이른바 '우클릭' 행보에 대해선 "중도·보수라고 했다가 며칠 뒤에는 중도 정당이라고 했다가, 노총에 가면 '우클릭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하고 있다"며 "굉장히 헷갈린다. 일관성이 부족하고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본다"고 했다.이 고문은 자신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출마 여부를 포함해서 국가를 위해서 가장 도움이 되는 길이 무엇일까. 그 길로 갈 것"이라고 했다.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를 찾아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 지지자들의 애국심을 존경하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강성 보수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자신에 대한 비토 여론을 희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한 전 대표는 이날 대구 북구 모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달 초 여론조사에서 TK(대구·경북) 지지율이 높았다'는 말에 "보수 지지자들 중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분이나 저나 큰 틀에서 생각은 같다"며 "애국심이고, 이 나라가 잘되게 하는 지점에서 공통적인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한 전 대표는 "저도 그분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분들의 애국심을 존경하고 존중한다"며 "저도 이 나라가 잘되게 하고, 국민 먼저 생각하고 좋은 나라를 만들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덧붙였다.12·3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하고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데 대해선 "후회하는 결정은 없지만, 조금 더 생각할 걸, 조금 더 설득할 걸, 조금 더 경청할 걸 이런 부분들은 좀 있었다"면서도 "국민이 먼저라는 생각을 갖고 제가 받게 된 여러 고통이나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한 전 대표는 "제가 결정하는 과정에서 특히 우리 보수를 지지하는 분들이 자꾸 머리에 떠오르고 눈에 보여서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었다"며 "그래도 대한민국과 국민, 미래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 생각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국민들께서 상처받고 힘들어하신 데에는 대단히 죄송하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같은 마음"이라고 했다.한 전 대표가 이날 대구를 찾아 강성 보수층에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