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세포 배양해 고기 만드는 '식량 혁명'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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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 미트
폴 샤피로 지음 / 이진구 옮김
흐름출판 / 308쪽 / 1만6000원
폴 샤피로 지음 / 이진구 옮김
흐름출판 / 308쪽 / 1만6000원
2013년 여름 영국 웨스트런던의 리버사이드 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회견장에는 요리 쇼의 무대처럼 조리대, 가스레인지, 싱크대가 꾸며졌고 요리사가 대기했다. 인류 사상 최초로 동물을 죽여서 얻은 것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를 요리해 시식하는 자리였다. 기자회견의 진행자는 시험관 내 조직배양을 전문으로 하는 네덜란드 내과의사 마크 포스트와 식품화학자 피터 버스트레이트. (미생물 배양용) 페트리접시에서 소고기 패티를 꺼내 달궈진 팬에 올리자 회견장은 고기 굽는 냄새로 가득 찼다.
고기를 시식한 오스트리아 식품전문가 한니 뤼츨러는 “바삭하게 구워진 표면의 풍미가 상당하다”며 “육즙은 조금 약하지만 질감은 완벽하다. 이것은 고기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전문가 조시 쇤발트는 “식감이나 질감이 기존 햄버거와 꽤 비슷하다”고 평했다. 동물을 죽이지 않고도 고기를 얻을 수 있다니…. 포스트는 “이론적으로는 잡종 동물세포도 만들 수 있다. 가령 양·참치 스테이크를 원한다면 두 동물의 근육세포를 합치면 된다”고 자신했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 활동가 폴 샤피로가 쓴 <클린 미트>는 지구적 재앙을 불러올 근원으로 지목받는 공장식 대량사육의 대안으로 세포를 이용해 고기를 배양해내는 이야기다. 동물 없이 고기를 얻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싶지만 이미 수많은 벤처기업, 스타트업들이 도전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빌 게이츠를 비롯한 억만장자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을 정도로 전망이 밝은 사업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클린 미트, 즉 청정 고기라는 발상은 숱한 문제를 안고 있는 현재 축산업의 공장형 밀집사육에서 비롯됐다. 지구에 사자가 4만 마리 있다면 가축용 돼지는 10억 마리, 닭은 500억 마리가 공장식 축사에서 고기나 우유, 달걀을 생산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지구의 얼지 않는 땅 중 4분의 1 이상이 가축 방목에 사용되고 경작지의 3분의 1이 동물사료 생산을 위해 존재한다. 축산 폐수와 분뇨로 인한 온실가스 발생, 대량 사육을 위한 항생제 남용 문제도 심각하다. 이런 축산업 형태가 지구의 종말을 앞당길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육식은 갈수록 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식물성 고기(콩고기)가 채식주의자, 환경운동가 등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성장했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고기가 아니기 때문에 늘어나는 육식 수요를 대체하기 어렵다.
그래서 새롭게 대두된 것이 고기의 세포를 이용해 배양해내는 진짜 고기인 클린 미트다. 동물의 세포를 분리해 영양분을 공급하고 인큐베이터에서 배양하면 원하는 양만큼 고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클린 미트 기술의 요지다. 이름을 클린 미트라고 지은 것은 도축 과정이 없으므로 분변으로 인한 오염의 위험이 없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며, 기후환경 변화와 조류인플루엔자 등의 위험으로부터도 안전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에서 클린 미트의 개념과 발전 과정, 앞으로의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두루 이야기한다. 원래 연구용·의료용으로 개발된 세포배양 기술은 여러 스타트업에 의해 상용화되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눈곱만한 동물의 근육세포로부터 더 많은 근육을 배양하고, 동물세포 없이도 분자 단위에서 우유, 달걀, 가죽, 젤라틴을 생산하기도 한다.
최초로 동물 없이 고기를 만들기 위해 창립된 뉴하비스트, 소의 세포를 배양해 스테이크칩과 최고급 가죽을 만드는 모던미도, 근육세포를 이용해 햄버거용 고기를 만들어내는 멤피스미트, 포스트의 모사미트, 젖소 없이 효모를 이용해 우유를 만드는 퍼펙트데이, 계란의 난백을 제조하는 클라라푸드…. 저자는 세포를 배양해 대량의 고기를 생산하는 방식을 1만 년 전 농업혁명에 빗대 세포농업혁명이라고 부르면서 그 선두에 선 대표 기업들이 어떤 계기로 시작해 산업계의 주목받는 회사로 성장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한 공룡 농업기업 카길과 거대 식품기업 타이슨푸드, 아시아의 갑부 리카싱, 빌 게이츠와 리처드 브랜슨, 잭 웰치 등 수많은 기업과 투자자들이 이 미래형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동향도 전해준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초기에 비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일반육에 비해 비싼 가격, 산업용 바이오리액터(발효조)를 통한 대량생산, 각종 규제의 장벽, 소비자들의 좋지 않은 인식, 기존 식품업계의 견제와 반대 등이 그런 과제들이다. 그럼에도 저자를 비롯한 클린 미트 종사자들의 미래 전망은 낙관적이다. 식품 생산, 특히 축산업에 대격변이 찾아올 것이라는 얘기다.
이스라엘의 젊은 석학 유발 하라리는 추천사를 통해 “우리가 사는 멋진 신세계를 디자인할 때는 호모사피엔스뿐만 아니라 지각이 있는 모든 생명체의 복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생명공학이라는 기적은 낙원과 지옥, 어느 쪽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고 강조한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고기를 시식한 오스트리아 식품전문가 한니 뤼츨러는 “바삭하게 구워진 표면의 풍미가 상당하다”며 “육즙은 조금 약하지만 질감은 완벽하다. 이것은 고기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전문가 조시 쇤발트는 “식감이나 질감이 기존 햄버거와 꽤 비슷하다”고 평했다. 동물을 죽이지 않고도 고기를 얻을 수 있다니…. 포스트는 “이론적으로는 잡종 동물세포도 만들 수 있다. 가령 양·참치 스테이크를 원한다면 두 동물의 근육세포를 합치면 된다”고 자신했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 활동가 폴 샤피로가 쓴 <클린 미트>는 지구적 재앙을 불러올 근원으로 지목받는 공장식 대량사육의 대안으로 세포를 이용해 고기를 배양해내는 이야기다. 동물 없이 고기를 얻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싶지만 이미 수많은 벤처기업, 스타트업들이 도전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빌 게이츠를 비롯한 억만장자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을 정도로 전망이 밝은 사업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클린 미트, 즉 청정 고기라는 발상은 숱한 문제를 안고 있는 현재 축산업의 공장형 밀집사육에서 비롯됐다. 지구에 사자가 4만 마리 있다면 가축용 돼지는 10억 마리, 닭은 500억 마리가 공장식 축사에서 고기나 우유, 달걀을 생산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지구의 얼지 않는 땅 중 4분의 1 이상이 가축 방목에 사용되고 경작지의 3분의 1이 동물사료 생산을 위해 존재한다. 축산 폐수와 분뇨로 인한 온실가스 발생, 대량 사육을 위한 항생제 남용 문제도 심각하다. 이런 축산업 형태가 지구의 종말을 앞당길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육식은 갈수록 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식물성 고기(콩고기)가 채식주의자, 환경운동가 등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성장했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고기가 아니기 때문에 늘어나는 육식 수요를 대체하기 어렵다.
그래서 새롭게 대두된 것이 고기의 세포를 이용해 배양해내는 진짜 고기인 클린 미트다. 동물의 세포를 분리해 영양분을 공급하고 인큐베이터에서 배양하면 원하는 양만큼 고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클린 미트 기술의 요지다. 이름을 클린 미트라고 지은 것은 도축 과정이 없으므로 분변으로 인한 오염의 위험이 없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며, 기후환경 변화와 조류인플루엔자 등의 위험으로부터도 안전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에서 클린 미트의 개념과 발전 과정, 앞으로의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두루 이야기한다. 원래 연구용·의료용으로 개발된 세포배양 기술은 여러 스타트업에 의해 상용화되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눈곱만한 동물의 근육세포로부터 더 많은 근육을 배양하고, 동물세포 없이도 분자 단위에서 우유, 달걀, 가죽, 젤라틴을 생산하기도 한다.
최초로 동물 없이 고기를 만들기 위해 창립된 뉴하비스트, 소의 세포를 배양해 스테이크칩과 최고급 가죽을 만드는 모던미도, 근육세포를 이용해 햄버거용 고기를 만들어내는 멤피스미트, 포스트의 모사미트, 젖소 없이 효모를 이용해 우유를 만드는 퍼펙트데이, 계란의 난백을 제조하는 클라라푸드…. 저자는 세포를 배양해 대량의 고기를 생산하는 방식을 1만 년 전 농업혁명에 빗대 세포농업혁명이라고 부르면서 그 선두에 선 대표 기업들이 어떤 계기로 시작해 산업계의 주목받는 회사로 성장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한 공룡 농업기업 카길과 거대 식품기업 타이슨푸드, 아시아의 갑부 리카싱, 빌 게이츠와 리처드 브랜슨, 잭 웰치 등 수많은 기업과 투자자들이 이 미래형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동향도 전해준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초기에 비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일반육에 비해 비싼 가격, 산업용 바이오리액터(발효조)를 통한 대량생산, 각종 규제의 장벽, 소비자들의 좋지 않은 인식, 기존 식품업계의 견제와 반대 등이 그런 과제들이다. 그럼에도 저자를 비롯한 클린 미트 종사자들의 미래 전망은 낙관적이다. 식품 생산, 특히 축산업에 대격변이 찾아올 것이라는 얘기다.
이스라엘의 젊은 석학 유발 하라리는 추천사를 통해 “우리가 사는 멋진 신세계를 디자인할 때는 호모사피엔스뿐만 아니라 지각이 있는 모든 생명체의 복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생명공학이라는 기적은 낙원과 지옥, 어느 쪽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고 강조한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