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일각에서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과 관련해 협상론이 대두하고 있다. 단식 등 기존의 강경투쟁을 이어가면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여당과의 대화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이 거론되고 있다.

강효상 한국당 원내부대표는 28일 당 의원총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패스트트랙 법안과 관련한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단식으로 강경투쟁하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의원이 많다”며 “중진의원들과 최고위원들은 단식과 여론전을 그대로 하면서 협상도 해야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강 원내부대표는 “나 원내대표가 강경투쟁을 하면서도 실리를 챙기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같은 당 강석호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기본적으로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고리로 선거법도 해결이 잘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의원내각제 개헌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강 의원은 선거법과 관련해서는 “지역구와 비례의석 수 250 대 50, 또 연동형·준연동형안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도 사람끼리 협상하는데 못 할 게 없다”고 했다.

다만 당 내부에서는 강경투쟁과 협상 병행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한국당 의원은 “당대표가 단식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상황까지 이르렀는데도 원내대표가 매일 교섭단체 대표들을 만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단체 단식으로 여러 명이 병원에 실려 가는 상황이 나올 정도로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에 재차 협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 건강을 회복하는 동안 국회는 할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국당에 대화와 협상에 적극 나설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에 동의만 한다면 민주당은 협상에 매우 유연하게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