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와 권력 실세들의 범죄를 이미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별도의 공수처를 만들어야 하나?"

청와대 하명수사 피해자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27일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검찰을 칭찬했다. 김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검찰은 지난해 김 전 시장 비위 혐의에 대한 울산지방경찰청의 수사가 '청와대 지시'로 시작됐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창 취임 이후 검찰은 정권 핵심부를 겨냥한 수사에 잇달아 착수했다. 지난 9월 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가 열리던 날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불구속 기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또 지난 25일에는 뇌물 수수, 수뢰 후 부정처사 등 혐의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행 비서 출신인 유 전 부시장은 현 여권 인사들과 두루두루 친분이 두터운 인물이다. 유 전 부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평소 '재인이 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청와대 특감반원이었던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은 지난 2월 조국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켰다고 폭로했다.

검찰은 당시 감찰 무마가 더 윗선의 지시였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유 전 부시장은 청와대 감찰을 받고도 더불어민주당 전문 위원을 거쳐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영전했다. 이는 조 전 장관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윤석열 총장 지론이 '보이는 비리에는 눈감지 않는다'였다. 그래서(정권 겨눈 수사를 하다) 전 정권에서도 찍힌 사람"이라며 "윤 총장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할 때 이미 예견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도 윤 총장 임명 당시 '여권도 수사할 사람이라 우려했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몇몇 민주당 인사들은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자 "아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권력 눈치 보지 말라고 했다고 해도 이럴 수 있나"라며 한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여권 일각에선 '검찰 개혁'을 막으려는 의도로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 검찰 권한을 대폭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검찰은 위계질서가 뚜렷하고 폐쇄성이 강한 조직이다. 검찰총장이라고 내부 목소리에 귀 닫고 있을 수 없다. 과거 검찰을 외면하고 정권 편에 섰던 모 검찰총장은 퇴임 후 검사 후배들에게 사람대접도 못 받았다고 하더라. 윤 총장이 움직인 것도 그런 차원 아니겠나"라고 분석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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