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新사업 주도하는 짐 해켓 CEO, 스마트한 세상 어울리는 차세대車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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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해켓 포드 CEO
車 판매만으로는 더 이상 수익 못내
소비자에게 경험 함께 팔아야 경쟁서 이겨
디자인으로 경영 혁신
구조조정·신사업 동시에
독자노선서 적과의 동침으로
車 판매만으로는 더 이상 수익 못내
소비자에게 경험 함께 팔아야 경쟁서 이겨
디자인으로 경영 혁신
구조조정·신사업 동시에
독자노선서 적과의 동침으로
2017년 5월 미국 2위, 글로벌 6위 자동차 회사 포드가 자동차산업에 큰 파장을 주는 발표를 했다. 최고경영자(CEO)로 자동차산업 경험이 많지 않은 짐 해켓을 임명한 것이다. 해켓 CEO는 경력의 대부분인 30여 년을 사무용 가구업체인 스틸케이스에서 보냈다. 2013년 포드 이사회에 합류했으나 주된 역할은 CEO의 독주를 견제하는 것이었다. 2016년 자회사인 포드 스마트모빌리티 대표를 맡아 자율주행과 카셰어링 등 신사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대 자동차 기업의 선장으로서 역량을 갖췄는가에 대해선 의구심이 제기됐다.
포드는 해켓을 CEO에 임명한 이유로 ‘스틸케이스를 사무용 가구업계의 글로벌 리더로 이끈 혁신 역량’을 제시했다. 업계에선 이와 함께 그의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주목했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포드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였다.
가구 회사에 ‘디자인 경영’ 도입
해켓은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가 있는 미시간주 출신이다. 미시간대에서 재무를 전공했고, 이후 직장생활도 쭉 이 지역에서 한 미시간 토박이다. 대학 시절엔 미식축구 선수로 활동했다. 포지션은 공격 라인 중심에서 몸싸움의 선봉에 서는 ‘센터’였다.
대학을 졸업한 1977년부터 해켓은 P&G에서 세일즈와 마케팅 직원으로 일했다. 재무를 전공한 덕에 ‘숫자를 아는 영업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80년 미시간주 토종 기업인 스틸케이스로 이직한 그는 팀워크를 위해 사무실 칸막이를 없애는 등 새로운 시도로 회사의 혁신을 선도했다.
해켓은 1990년 스틸케이스 역사상 가장 젊은 나이인 39세에 CEO로 선임됐다. 이후 20년 넘게 회사를 이끌며 사무용 가구 글로벌 최상위권 기업으로 키워냈다. 스틸케이스가 한국에 진출하지 않아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이 회사의 간판 제품인 ‘립체어’ 시리즈는 300만원 이상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임원용 의자’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해켓이 스틸케이스에서 시도한 대표적 경영 혁신으로 ‘디자인 경영’ 도입을 꼽을 수 있다. 디자인 경영은 산업 디자인의 핵심 원칙 중 하나인 ‘고객 편의성’을 제품 개발부터 판매, 애프터서비스(AS) 등 경영 전반에 적용하는 전략이다. 해켓은 사회학자와 인류학자를 영입해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관찰하도록 한 뒤 새로운 개념의 사무용 가구를 제안했다. 1990년대 초반, 업계 최초로 모든 사무용 가구에 바퀴를 장착해 고객이 배치를 자유롭게 바꾸도록 한 것도 그의 작품이다.
스틸케이스는 해켓의 전략에 따라 1996년 산업디자인 회사인 IDEO를 인수하기도 했다. IDEO는 PC에 마우스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회사다. 헤켓은 스틸케이스 직원들을 IDEO에 파견해 디자인 회사가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방식을 배우도록 했다.
과감한 구조조정 돌입
해켓을 CEO로 선임하기 직전 포드는 실적 악화와 이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었다. 2016년 순이익은 46억달러(약 5조4000억원)로 2015년 73억달러(약 8조6000억원)보다 36%가량 급감했다. 2015년 말 15달러대를 유지하던 주가는 2017년 4월 11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실적 악화에다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대비가 미흡하다는 시장의 부정적 전망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해켓에게 주어진 임무는 명확했다. 한편으론 구조조정으로 수익성을 올리면서, 다른 한편으론 자동차산업의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었다. 해켓은 먼저 인력 감축 등을 통해 14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취임 1년 뒤인 지난해 4월에는 “2022년까지 총 25억달러의 비용을 감축하는 한편 신사업에 11억달러를 투입해 40종의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일회성 비용으로 인해 포드의 실적은 아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7년 78억달러로 늘었던 순이익은 지난해 다시 37억달러로 떨어졌다.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침체되며 포드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실적이 악화됐다.
해켓이 CEO로 취임한 이후 실적이 크게 나아지지 않자 일부 투자자는 그의 능력에 의구심을 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포드 내에서 해켓은 여전히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다. 포드 창업자 헨리 포드의 증손자이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빌 포드 주니어는 “우리는 변화해야 한다. 변화는 어렵다. 해켓은 자동차업계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변화를 더 잘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폭스바겐과 미래차 협업
지난 1월 해켓은 116년 포드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발표를 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그룹 중 하나인 독일 폭스바겐과 전기차·자율주행차 기술을 함께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이전까지 포드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미래차 개발을 위해 합종연횡하는 가운데 ‘독자 노선’을 걸어 왔다. 이런 행보가 주가 약세에도 영향을 미쳤다.
해켓은 “포드와 폭스바겐은 자동차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겠지만 한편으로는 협력을 통해 스마트한 세상에 어울리는 차세대 자동차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협력에 따라 포드는 폭스바겐이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을 활용해 향후 6년간 60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포드의 자회사인 자율주행기술 개발업체 아르고에 6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포드는 지난 18일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머스탱 마하-E’를 공개했다. 머스탱은 포드를 대표하는 스포츠카다. 근육질의 디자인 차체에 배기량 5L를 넘는 대형 엔진을 얹은, 미국을 대표하는 ‘머슬카’다. 그런 머스탱을 SUV로 재탄생시키는 시도 역시 ‘외부인’인 해켓이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해켓은 “단순히 자동차를 판매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렵다. 소비자에게 경험을 함께 팔아야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 고객 경험을 처음부터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오는 2020년 순이익 목표를 140억달러로 제시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포드는 해켓을 CEO에 임명한 이유로 ‘스틸케이스를 사무용 가구업계의 글로벌 리더로 이끈 혁신 역량’을 제시했다. 업계에선 이와 함께 그의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주목했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포드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였다.
가구 회사에 ‘디자인 경영’ 도입
해켓은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가 있는 미시간주 출신이다. 미시간대에서 재무를 전공했고, 이후 직장생활도 쭉 이 지역에서 한 미시간 토박이다. 대학 시절엔 미식축구 선수로 활동했다. 포지션은 공격 라인 중심에서 몸싸움의 선봉에 서는 ‘센터’였다.
대학을 졸업한 1977년부터 해켓은 P&G에서 세일즈와 마케팅 직원으로 일했다. 재무를 전공한 덕에 ‘숫자를 아는 영업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80년 미시간주 토종 기업인 스틸케이스로 이직한 그는 팀워크를 위해 사무실 칸막이를 없애는 등 새로운 시도로 회사의 혁신을 선도했다.
해켓은 1990년 스틸케이스 역사상 가장 젊은 나이인 39세에 CEO로 선임됐다. 이후 20년 넘게 회사를 이끌며 사무용 가구 글로벌 최상위권 기업으로 키워냈다. 스틸케이스가 한국에 진출하지 않아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이 회사의 간판 제품인 ‘립체어’ 시리즈는 300만원 이상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임원용 의자’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해켓이 스틸케이스에서 시도한 대표적 경영 혁신으로 ‘디자인 경영’ 도입을 꼽을 수 있다. 디자인 경영은 산업 디자인의 핵심 원칙 중 하나인 ‘고객 편의성’을 제품 개발부터 판매, 애프터서비스(AS) 등 경영 전반에 적용하는 전략이다. 해켓은 사회학자와 인류학자를 영입해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관찰하도록 한 뒤 새로운 개념의 사무용 가구를 제안했다. 1990년대 초반, 업계 최초로 모든 사무용 가구에 바퀴를 장착해 고객이 배치를 자유롭게 바꾸도록 한 것도 그의 작품이다.
스틸케이스는 해켓의 전략에 따라 1996년 산업디자인 회사인 IDEO를 인수하기도 했다. IDEO는 PC에 마우스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회사다. 헤켓은 스틸케이스 직원들을 IDEO에 파견해 디자인 회사가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방식을 배우도록 했다.
과감한 구조조정 돌입
해켓을 CEO로 선임하기 직전 포드는 실적 악화와 이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었다. 2016년 순이익은 46억달러(약 5조4000억원)로 2015년 73억달러(약 8조6000억원)보다 36%가량 급감했다. 2015년 말 15달러대를 유지하던 주가는 2017년 4월 11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실적 악화에다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대비가 미흡하다는 시장의 부정적 전망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해켓에게 주어진 임무는 명확했다. 한편으론 구조조정으로 수익성을 올리면서, 다른 한편으론 자동차산업의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었다. 해켓은 먼저 인력 감축 등을 통해 14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취임 1년 뒤인 지난해 4월에는 “2022년까지 총 25억달러의 비용을 감축하는 한편 신사업에 11억달러를 투입해 40종의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일회성 비용으로 인해 포드의 실적은 아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7년 78억달러로 늘었던 순이익은 지난해 다시 37억달러로 떨어졌다.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침체되며 포드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실적이 악화됐다.
해켓이 CEO로 취임한 이후 실적이 크게 나아지지 않자 일부 투자자는 그의 능력에 의구심을 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포드 내에서 해켓은 여전히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다. 포드 창업자 헨리 포드의 증손자이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빌 포드 주니어는 “우리는 변화해야 한다. 변화는 어렵다. 해켓은 자동차업계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변화를 더 잘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폭스바겐과 미래차 협업
지난 1월 해켓은 116년 포드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발표를 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그룹 중 하나인 독일 폭스바겐과 전기차·자율주행차 기술을 함께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이전까지 포드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미래차 개발을 위해 합종연횡하는 가운데 ‘독자 노선’을 걸어 왔다. 이런 행보가 주가 약세에도 영향을 미쳤다.
해켓은 “포드와 폭스바겐은 자동차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겠지만 한편으로는 협력을 통해 스마트한 세상에 어울리는 차세대 자동차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협력에 따라 포드는 폭스바겐이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을 활용해 향후 6년간 60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포드의 자회사인 자율주행기술 개발업체 아르고에 6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포드는 지난 18일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머스탱 마하-E’를 공개했다. 머스탱은 포드를 대표하는 스포츠카다. 근육질의 디자인 차체에 배기량 5L를 넘는 대형 엔진을 얹은, 미국을 대표하는 ‘머슬카’다. 그런 머스탱을 SUV로 재탄생시키는 시도 역시 ‘외부인’인 해켓이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해켓은 “단순히 자동차를 판매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렵다. 소비자에게 경험을 함께 팔아야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 고객 경험을 처음부터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오는 2020년 순이익 목표를 140억달러로 제시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