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신흥시장(EM)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펀드들이 한국 주식을 한꺼번에 덜어내면서 26일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약 6년 만의 최대인 8500억원 수준에 달했다.

이날 장 마감 후 MSCI EM지수 내 국가별 편입 비중의 정기 변경이 이뤄지면서 지수 추종 펀드도 편입 비중을 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8576억원 순매도했다. 14거래일 연속 매도세다. 하루 순매도 규모로는 2013년 6월 13일(9551억원 순매도) 후 최대였다. 증권사(5881억원 순매수)를 비롯한 국내 기관이 7631억원을 받아내면서 증시 충격은 크지 않았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2.15포인트(0.10%) 내린 2121.35로 마감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 타결 기대로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탔으나 장 마감 직전 외국인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하락 반전했다”고 설명했다.

MSCI EM지수 내 비중 조정은 올 들어 세 번째로, 중국 A주(본토 주식)를 편입하기 위한 목적이다. 김동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중국 A주 대형주를 편입한 데 이어 이번에는 중국 A주 가운데 중형주 204개 종목이 MSCI EM 지수에 신규 편입됐다”며 “그 영향으로 지수 내 한국 비중은 12.3%에서 12.1%로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MSCI지수 조정이 끝나 외국인 매도세는 진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쉽게 경계를 풀기 힘들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달러 환율이 증시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돌아섰는데도 외국인이 계속 매도한 점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연말이 되면 금융소득과세를 피하기 위한 개인 매도세가 나올 수 있다”며 “안심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