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도쿄돔서 5만여명 참가 미사 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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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정 추기경 등 한국주교 12명·도쿄한인성당 성가대원도 참가
동일본대지진 이재민 위로…나루히토 일왕 만나 20여분간 환담
프란치스코 로마 가톨릭 교황이 25일 오후 도쿄돔에서 5만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미사를 집전했다.
방일 사흘째를 맞은 교황은 이날 오후 3시 30분쯤 도쿄돔에 도착해 일본 전역에서 모인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올렸다.
미사에는 가톨릭 신자 등 약 5만명이 참가해 도쿄돔이 거의 만석 상태가 됐다고 NHK는 전했다.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 등 한국 주교 12명도 일본주교회의 초청에 응해 참석했다.
교황이 특별제작된 오픈카를 타고 약 20분 동안 행사장을 돌자 참가자들은 바티칸과 일본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사형수였다가 2014년 무죄 판결을 받은 하카마다 이와오(袴田嚴·83) 씨도 이날 미사에 초대됐다.
NHK는 미사 중에 교황이 하카마다 씨를 직접 만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교황이 사형제 폐지를 전 세계에 호소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교황의 강론 직후 신자들의 기도 시간에 도쿄 한인성당 신자가 한국어로 "사랑의 근원이신 아버지 하느님, 일본 교회를 당신 은총으로 이끌어 주소서. ~중략~ 아시아의 교회들과 협력하면서 잘 지켜나가게 해주시고, 당신이 선사하신 생명의 복음을 힘있게 전할 수 있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또 성가대 400명 중 도쿄 한인성당 성가대원 40명이 동참해 영성체 전에 '하느님의 어린양'을 한국어로 노래했다.
미사 집전에 앞서 교황은 이날 도쿄 왕궁에서 나루히토(德仁) 일왕을 만났다.
교황과 일왕의 만남은 1981년 일본을 찾았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히로히토(裕仁) 당시 일왕(쇼와 일왕)을 만난 지 38년 만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나루히토 일왕은 정차장으로 나가 승용차에서 내린 교황을 스페인어 인사말로 영접한 뒤 천천히 악수했다.
일본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에 따르면 교황과 일왕의 이날 환담은 20여분간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렇게 뵙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어제)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를 방문해 주시고 오늘은 동일본대지진 이재민을 만나 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교황에게 인사말을 했다.
교황은 "9살 때 부모님이 나가사키·히로시마 원폭 뉴스를 듣고 눈물을 흘리시던 모습이 마음속에 강하게 남아 있다"며 전날 두 곳을 방문한 자리에서 핵무기 폐기를 호소한 것은 그런 본인의 마음을 담은 메시지라고 말했다.
교황은 또 나루히토 일왕이 물 전문가로 알려진 점을 의식한 듯 "다음 전쟁은 물을 둘러싼 전쟁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젊은이도 위정자들도 함께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나루히토 일왕은 "이(물) 문제에도 강한 메시지를 내놓으신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답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영국 유학 중이던 1984년 바티칸을 방문해 당시 교황이던 요한 바오로 2세를 만난 바 있다.
프란치스코 현 교황은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후미히토(文仁) 왕세제가 2016년 5월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 일본 왕실을 대표해 예방했다.
교황은 이날 나루히토 일왕에게 로마 시대 화가인 필리포 아니비티의 '티투스의 아치뷰'를 바탕으로 바티칸 모자이크공방이 만든 작품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또 이날 오전 동일본대지진 피해자들을 만나 위로하고 청년과의 모임 행사에도 참석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언급하며 "우리에게는 미래의 세대에 큰 책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원전 사고는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구조를 원래 상태로 돌려놓아야 하는 엄청난 과제를 안긴다"면서 "지금 시대에는 기술의 진보를 인류의 진보로 돌리고 싶은 유혹을 받지만 멈춰서서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특히 장래의 에너지원과 관련해 "용기 있는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교황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 투하지인 나가사키(長崎)와 히로시마(廣島)를 전날 방문한 자리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강조한 데 이어 원전 없는 사회에 관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교황은 일본 방문 나흘째인 26일 오전 도쿄 예수회와 가톨릭 계열 학교인 조치(上智)대를 방문하는 것으로 방일 일정을 마무리한다.
/연합뉴스
동일본대지진 이재민 위로…나루히토 일왕 만나 20여분간 환담
프란치스코 로마 가톨릭 교황이 25일 오후 도쿄돔에서 5만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미사를 집전했다.
방일 사흘째를 맞은 교황은 이날 오후 3시 30분쯤 도쿄돔에 도착해 일본 전역에서 모인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올렸다.
미사에는 가톨릭 신자 등 약 5만명이 참가해 도쿄돔이 거의 만석 상태가 됐다고 NHK는 전했다.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 등 한국 주교 12명도 일본주교회의 초청에 응해 참석했다.
교황이 특별제작된 오픈카를 타고 약 20분 동안 행사장을 돌자 참가자들은 바티칸과 일본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사형수였다가 2014년 무죄 판결을 받은 하카마다 이와오(袴田嚴·83) 씨도 이날 미사에 초대됐다.
NHK는 미사 중에 교황이 하카마다 씨를 직접 만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교황이 사형제 폐지를 전 세계에 호소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교황의 강론 직후 신자들의 기도 시간에 도쿄 한인성당 신자가 한국어로 "사랑의 근원이신 아버지 하느님, 일본 교회를 당신 은총으로 이끌어 주소서. ~중략~ 아시아의 교회들과 협력하면서 잘 지켜나가게 해주시고, 당신이 선사하신 생명의 복음을 힘있게 전할 수 있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또 성가대 400명 중 도쿄 한인성당 성가대원 40명이 동참해 영성체 전에 '하느님의 어린양'을 한국어로 노래했다.
미사 집전에 앞서 교황은 이날 도쿄 왕궁에서 나루히토(德仁) 일왕을 만났다.
교황과 일왕의 만남은 1981년 일본을 찾았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히로히토(裕仁) 당시 일왕(쇼와 일왕)을 만난 지 38년 만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나루히토 일왕은 정차장으로 나가 승용차에서 내린 교황을 스페인어 인사말로 영접한 뒤 천천히 악수했다.
일본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에 따르면 교황과 일왕의 이날 환담은 20여분간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렇게 뵙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어제)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를 방문해 주시고 오늘은 동일본대지진 이재민을 만나 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교황에게 인사말을 했다.
교황은 "9살 때 부모님이 나가사키·히로시마 원폭 뉴스를 듣고 눈물을 흘리시던 모습이 마음속에 강하게 남아 있다"며 전날 두 곳을 방문한 자리에서 핵무기 폐기를 호소한 것은 그런 본인의 마음을 담은 메시지라고 말했다.
교황은 또 나루히토 일왕이 물 전문가로 알려진 점을 의식한 듯 "다음 전쟁은 물을 둘러싼 전쟁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젊은이도 위정자들도 함께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나루히토 일왕은 "이(물) 문제에도 강한 메시지를 내놓으신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답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영국 유학 중이던 1984년 바티칸을 방문해 당시 교황이던 요한 바오로 2세를 만난 바 있다.
프란치스코 현 교황은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후미히토(文仁) 왕세제가 2016년 5월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 일본 왕실을 대표해 예방했다.
교황은 이날 나루히토 일왕에게 로마 시대 화가인 필리포 아니비티의 '티투스의 아치뷰'를 바탕으로 바티칸 모자이크공방이 만든 작품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또 이날 오전 동일본대지진 피해자들을 만나 위로하고 청년과의 모임 행사에도 참석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언급하며 "우리에게는 미래의 세대에 큰 책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원전 사고는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구조를 원래 상태로 돌려놓아야 하는 엄청난 과제를 안긴다"면서 "지금 시대에는 기술의 진보를 인류의 진보로 돌리고 싶은 유혹을 받지만 멈춰서서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특히 장래의 에너지원과 관련해 "용기 있는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교황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 투하지인 나가사키(長崎)와 히로시마(廣島)를 전날 방문한 자리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강조한 데 이어 원전 없는 사회에 관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교황은 일본 방문 나흘째인 26일 오전 도쿄 예수회와 가톨릭 계열 학교인 조치(上智)대를 방문하는 것으로 방일 일정을 마무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