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작인 tvN 드라마 '화유기'부터 시작해 SBS TV 예능 '집사부일체'·'리틀 포레스트', 넷플릭스 예능 '범인은 바로 너' 시즌2와 '투게더', SBS TV 드라마 '배가본드'까지. 최근 강남구 청담동에서 만난 이승기는 "너무 달려오다 보니까 과부하가 온 것 같아서 생각을 비우는 연습을 많이 한다"며 웃었다.
'배가본드'에서 그가 연기한 스턴트맨 차달건과는 달리 차분한 말투였다.
극 중 차달건은 조카가 탑승한 민항기 추락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거대한 배후세력을 추적한다.
첩보액션 장르인 드라마는 이승기의 몸 던지는 액션과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 화제가 됐다.
"비중으로 보면 10개 중에 7∼8개를 제가 했어요.
겁도 나고 다칠까 봐 걱정도 됐는데 배우가 직접 해주고 해주지 않고의 차이가 매우 크더라고요.
배우가 하지 않으면 컷을 쪼갤 수밖에 없는데 배우가 직접 액션을 하면 하나의 테이크로 생동감 있게 보여줄 수 있거든요.
" 이승기는 "나도 몰랐던 내 재능을 여기서 발견했다"며 "이승기가 액션도 할 수 있다는 의지, 그 스펙트럼을 넓힌 게 이번 드라마를 통해 얻은 좋은 선물인 것 같다"고 돌아봤다.
'배가본드'는 열린 결말로 끝났다.
국제용병이 된 차달건은 아프리카 사막에서 로비스트가 된 고해리(배수지)에게 겨눴던 총구를 거둬들이며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이승기는 "(배우가 스태프가 모인) 단체 카카오톡방에서도 시즌2 얘기가 나오긴 한다"고 밝혔다.
"너무 좋은 추억이고 결과가 좋았다고 생각해서, 시즌2 기회가 되면 같이 하고 싶어요.
시즌1 내용이 길어지면서 만약 시즌2를 가게 되면 뭘 얘기해야 하는지, 그 정도만 구두로 얘기가 오갔어요.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한 건 없어요.
제작사가 움직여줘야 하는데요.
하하."
그는 최근 2년간 행보에 대해 "일한 강도로 따지자면 100점 만점에 120점"이라고 했다.
2017년 10월 31일, 전역한 날 자정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심하게 많이 한 것 같긴 해요.
감사하게도 제안이 와서 도전한 것이고 그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다만 이 경험을 통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부족한 것, 대중이 원하는 것들을 알게 된 것 같아요.
내년부턴 조금 더 템포를 낮추면서 원하는 것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 그는 그러면서 "늘 폭주 기관차처럼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 또 뭔가를 증명하기 위해 엄청나게 달려왔는데 그것들이 지치기 시작했다.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심정으로 살아오다 보니 심적인 과부하가 오는 것 같다"면서 "(요즘엔)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와 예능, 가수 활동을 병행하는 그는 "내 직업은 연예인"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가수, 배우, 예능인의 영역을 고민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냥 연예인이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만 할래요', '예능만 할래요', 이런 것도 어색한 것 같고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3가지를 다 해나가면서 다른 누군가가 날 보며 '저런 길도 있구나'라고 알게 되는,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됐으면 좋겠어요.
" 그러면서 연기에 대해 "그냥 너무 잘하고 싶은 것"이라며 "자기 색을 갖고 꾸준히 높은 확률로 연기를 잘해주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예능에 대해선 "살면서 크게 웃을 일이 일상에선 많지 않은데 예능 촬영하면 1∼2번은 웃고 떠들게 된다.
그런 것들이 에너지 충전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15년 전 '누난 내 여자니까'를 열창한 소년이던 그는 어느덧 능수능란한 엔터테이너가 됐다.
이승기는 작품을 할 땐 자신의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나이가 들고 위치가 높아지면 '내 것만 할래' 같은 태도는 힘들다고 생각해요.
스태프 관점도 이해해야 하고 '건강한 타협'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이승기를 많이들 찾는 이유요? 시키는 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아닐까요.
제작진의 입장도 최선을 다해주자, 이런 마인드 때문에 감독님들이 불안할 때 보험처럼 드는 것 같습니다(웃음)." '바른 청년' 이미지로 자기관리를 잘하기로 소문난 그는 비결에 대해 '겁'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