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치권 "아쉽지만 다행", 일부 단체 "배·보상 표현 없어 유감"
산자위 통과 '포항지진 특별법안'에 포항시민 엇갈린 반응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서 통과된 '포항지진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특별법안과 관련해 경북 포항시민들은 24일 "법 제정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의견과 "실망스럽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22일 국회 산자위를 통과한 이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법으로 제정된다.

특별법안은 국무총리 소속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와 포항지진피해구제심의위원회를 설치함으로써 지진 진상규명과 피해구제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가 피해자의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위한 피해구제지원금을 지급하도록 의무화하고 포항지진으로 침체한 포항시 경제 활성화와 공동체 회복을 위한 특별지원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 밖에 공동체 복합시설과 포항트라우마센터의 설치 근거를 마련했고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과 재난 예방교육사업 추진 근거 규정을 넣었다.

이 법안은 자유한국당 김정재 국회의원(포항 북구)이 올해 4월 1일 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한 이후 산자위를 통과할 때까지 약 8개월이 걸렸다.

여야와 정부, 관계 기관이 논의한 끝에 도출된 합의안이어서 법사위나 본회의를 거쳐 이번 정기국회 회기 중에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법안을 놓고 오랫동안 물밑에서 여야를 넘나들며 의결을 위해 힘을 써 온 포항시와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 김정재 의원 등은 산자위 통과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시민과 피해주민 바람에는 미흡하지만 지진피해에 대한 신속하고 실질적인 피해구제의 길이 열리고 지진으로 침체한 경제 활성화와 공동체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허대만 더불어민주당 포항남울릉지역위원장은 "특별법 속에 개별 피해구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법리와 다른 사안과 균형 때문에 보상, 재건이란 단어가 특별법에 들어가 있지는 않으나 실질은 다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중기 민주당 포항북지역위원장도 "너무 지체돼 아쉽지만 제정을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현 법안이 시민 기대를 충분히 담아내진 못했기에 향후 법안 보완 및 정부 지원으로 포항 경제 활성화와 공동체 회복에 더욱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안에 배상이나 보상 대신 지원이란 단어를 넣은 점이 실망스럽다는 비판도 있었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포항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소가 정부 지원을 받은 사업인 만큼 정부가 '배상'이나 '보상' 차원에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정부 측은 지열발전소를 넥스지오란 업체가 운영했고 포항시민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만큼 '지원'이란 용어를 써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결국 여야는 줄다리기 끝에 보상 대신 구제나 지원이란 용어를 법안에 넣기로 했다.

양만재 포항지열발전부지 안전성검토태스크포스 위원은 "정부가 포항지진 재난에 배상은커녕 보상도 거부한 채 지원으로 제안한 것은 정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속셈"이라며 "국가와 정부 책임에 근거한 배·보상의 표현을 배제한 지원 측면의 법안은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모성은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공동대표는 "가해자인 정부가 귀책 사유를 숨긴 채 시혜적 표현을 계속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며 "법조문에 구제(지원)라고 적시된 상태에서는 결코 적절한 배·보상이 이뤄질 수 없는 만큼 법률안에 위자료와 배·보상이란 용어가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산자위 통과 '포항지진 특별법안'에 포항시민 엇갈린 반응
산자위 통과 '포항지진 특별법안'에 포항시민 엇갈린 반응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