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정의 추구하는 고려대생은 그래선 안 된다고 배워"
"정작 학교 본부는 잘못된 것이 잘못됐다고 말 못 한다"
22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 모(28) 씨의 입학 취소를 요구하는 고려대 학생들이 학교 당국의 미온적 대처를 비판하며 64일 만에 다시 촛불을 든 가운데 집회에 참석한 한 학생은 "그 교수님은 자유·정의·진리의 가치를 수호하는 고려대 학생이라면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고려대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은 이날 오후 7시 15분 고려대 중앙광장에서 '1122 조O 부정입학 취소 집회'를 개최했다. 고려대 학내에서 조 전 장관과 사태와 조 씨 입학 등을 규탄하며 열린 집회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 학생은 이어 "그때 그 교수님이 강조한 가치들을 가슴 속에 되새기면서 살아가려고 한다"면서 "그런데 왜 이번 사태에 대해 학교는 잘못된 것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용기를 가지지 않고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이공계열에 재학 중이라는 A 학생은 "여러분들은 어느 순간을 가장 잊을 수 없는가"라면서 "대학 입시를 준비했던 모든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수학원 창문에 비추던 오렌지색 노을과 그 너머의 핑크빛 하늘도 아직 잊을 수 없다"면서 "우리들의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에는 피와 땀이 들어갔고 그 피와 땀은 진하고 진실됐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런데 조 씨의 생활기록부는 거짓으로 가득했다"면서 "이런 조 씨에게 입학을 허락한 고려대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자신을 19학번이라고 소개한 B 학생은 "최근 검정고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면서 "제가 만난 어르신들은 다들 각자의 이유로 학업을 이어나가지 못하셨다"고 전했다.
B 학생은 또 "그분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오늘 같은 집회에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면서 "공정이라는 단어가 어색할 수도 있지만 저는 살아나가면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집회를 주최한 집행부의 일원은 "학교에 온 지 8개월도 안 된 이들에게 큰 감동을 받았고 감사함을 느낀다"면서 "고려대 1학년은 필수로 '자유·정의·진리(자정진)'라는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 수업들에서 듣는 모든 내용이 고려대 가치를 어떻게 추구할지 고민하는 내용"이라며 "그런데 학교 본부가 이런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한편 집회 참석자들은 정진택 고려대 총장과 고려대 인재발굴처를 향해 △조 씨의 입학 과정에 있어 위조된 학교생활기록부가 제출된 것에 대한 인정 △조 씨에 대한 입학 취소 처분 △조 씨 부정입학 사태 처리 미숙과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에 대한 사죄 등을 촉구했다.
조준혁·최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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