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생애 마지막 뮤지컬, 최선 다할 것"
알리 "뮤지컬로 산후조리...매회 성장한 모습 보여주겠다"
'보디가드' 박기영·'레베카' 알리…디바에서 뮤즈로
뛰어난 가창력을 갖춘 디바 박기영(43)과 알리(본명 조용진·36)가 오랜만에 각기 다른 작품으로 뮤지컬 무대에 돌아왔다.

박기영은 오는 28일 개막하는 '보디가드'에서 최고 가창력과 퍼포먼스를 갖춘 '레이철 마론', 알리는 지난 16일 막을 올린 '레베카'에서 맨덜리 저택의 서늘한 집사 '댄버스 부인' 역을 맡았다.

연합뉴스는 평소 친한 가요계 선후배가 비슷한 시기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지난 21일 용산구 한남동 한 카페로 둘을 함께 초대했다.

디바에서 뮤지컬 뮤즈로 변신한 박기영과 알리를 만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미 두 차례 무대에 선 알리는 첫 무대가 너무 떨렸다고 했다.

"그렇게 떨어본 게 정말 오랜만이에요.

다른 하인들과 함께 서 있는 장면인데 심장이 너무 벌떡이는 거예요.

첫 공연 끝나고 다시는 민폐는 끼치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라이브콘서트를 부지기수로 한 가수가 떨린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자 박기영은 "무대에 서면 항상 긴장한다"며 "더는 긴장하지 않고 떨림이나 설렘이 없다면 무대에서 내려가야 할 때라는 것을 스스로 생각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긴장감은 자신감과 두려움의 팽팽한 줄다리기 같은 건데 자신감으로 이길 때도 있고 두려움에 질 때도 있다.

무대에 자주 서본 사람은 그 기분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디가드' 박기영·'레베카' 알리…디바에서 뮤즈로
박기영이 '보드가드'에 출연한 것은 순전히 휘트니 휴스턴 때문이다.

그는 우상이자 스승이자 바이블이었다.

휴스턴 전성기에 그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성장했고 대학 입시 때 부른 노래도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Greatest Love of All)이었다.

"휘트니 휴스턴을 너무 사랑했어요.

쇠락해가는 모습을 지켜볼 때는 정말 가슴 아파하던 사람 중 하나였죠.
알리의 '레베카' 출연에는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다.

2년 전 혼자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댄버스 부인'이 아닌 '나' 역할을 추천받았다.

댄버스 부인 역할에는 서른 다섯살 나이 제한이 있었는데 당시 그는 서른네살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배역과는 목소리가 맞지 않는 것 같아 아쉽지만 돌아서야 했다.

기회는 다시 왔다.

올해 1월 미국에서 지내며 재즈 앨범을 내보려던 차에 레베카 오디션을 보라는 연락이 왔고, 덜컥 캐스팅됐다.

들뜬 마음에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다.

배 속에 아기가 들어선 것. 어쩔 수 없이 못 하겠다고 했지만 고맙게도 제작사에선 기다려주겠다고 했다.

"'레베카'가 저를 기다리고 있던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어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작품인 것 같아요.

게다가 올해는 솔로 데뷔 10주년인데, 보통 가수들은 10주년 앨범을 내잖아요.

올해 저는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뮤지컬을 하게 됐네요.

레베카와 아이는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죠. 값진 보석 같은 10주년을 보내고 있어요.

"
'보디가드' 박기영·'레베카' 알리…디바에서 뮤즈로
박기영은 다음 달 7일 첫 공연을 앞두고 매일 옷이 땀으로 흥건해지도록 연습하고 있다.

해병대 훈련을 방불케 하는 연습이라고 한다.

"부트캠프(신병훈련소)라는 해병대 훈련을 매일 하고 있어요.

거북이 등 같은 복근이 생겼죠. 뮤지컬을 20년 하신 김선영(레이철 마론 역) 언니가 여주인공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고 이렇게 힘든 작품은 처음이라는데, 정말 그래요.

연습 끝나면 옷이 땀에 젖어서 갈아입어야 할 정도죠. 하지만 엄청난 춤을 보며 관객들은 굉장히 즐거우실 거예요.

"
박기영이 연기하는 레이철 마론과 알리의 댄버스 부인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휘트니 휴스턴을 제 노래처럼 해석할 수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요.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죠. 박기영을 버리고 휘트니 휴스턴으로 완벽하게 태어나려고 해요.

뮤지컬 나들이를 나온 가수 박기영이 아니라 헌정하는 마음으로 하려고 해요.

제 생애 다시 없을 작품인 것 같습니다.

"
"무대에서 조명을 받으면 얼굴 윤곽이 뚜렷해 제가 봐도 정말 무서워요.

스모키 화장도 정말 오랜만에 했죠. 첫 드레스리허설 때 화장을 하고 갔는데 로버트 요한슨 연출이 생김새 자체가 댄버스라고 했어요.

댄버스 부인은 화려하지 않은 사람이에요.

마지막에 억울함과 배신감에 미쳐버리는데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
'보디가드' 박기영·'레베카' 알리…디바에서 뮤즈로
두 작품은 공연 일정이 상당 부분 겹친다.

경쟁심이 들것도 같은데, 둘은 경쟁한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작품에서 같은 배역을 맡은 배우와도 비교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박기영은 "스스로 생각하는 배역에 대한 어느 지점이 있을 뿐이다.

그런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20년 넘게 가수 생활 못 했다"고 밝혔다.

이어 "선영 언니가 이렇게 여주인공끼리 똘똘 뭉친 적은 없었다고 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알리는 "한번은 발목이 아프다고 했더니 옥주연 언니가 집에서 발 마사지기를 가져다줬다.

'츤데레'(무심한척 챙겨줌)다.

은아 언니는 먹을 거, 입을 거를 잘 챙겨주고, 영숙 언니는 뮤지컬을 2개나 더 하고 있는데 스케줄을 조정해줬다"며 동료 배우들의 배려에 감사를 표했다.

'보디가드'에는 레이철 마론 경호원이자 사랑의 상대인 프랭크 파머 역으로 이동건과 강경준이 출연한다.

이들과의 화학작용은 어떤지 물었다.

박기영은 "너무 잘생긴 배우들인데 귀여운 동생들이다 보니 로맨스 기분이 안 생긴다"며 "강경준씨와는 너무 친해서 이제부터 좀 멀어져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며 웃었다.

이어 "이동건씨와 무대에 더 많이 오르는데, 드라마 출연 때문에 많이 친해질 시간이 부족해 오히려 다행"이라고 했다.

알리는 "댄버스 부인은 모든 사람과 쫀쫀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역이어서 로맨스란 게 없지만 막심 드 윈터 역을 연기하는 남자 선배들을 보면 로맨스 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보디가드'를 보면 키스신이 있는데 언니가 부럽다"고 했다.

박기영은 이번 작품을 생애 마지막 뮤지컬로 생각하고 있다.

대신 연기 수업을 받으며 영화에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스크린이나 드라마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단다.

박기영은 "아주 예전에 주연으로 촬영하려던 작품이 엎어진 적이 있는데 그 후로 기회가 없었고 가수로 커리어가 쌓이다 보니까 잊었다"며 "다시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감사하고 관심이 가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알리는 "다른 사람의 삶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축복인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또 다른 뮤지컬 작품이 들어온다면 몰입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보디가드' 박기영·'레베카' 알리…디바에서 뮤즈로
박기영과 알리는 서로 꽤 닮았다.

노래 실력은 두말할 필요 없고 뮤지컬 무대를 이미 경험했으며, 둘 다 서른여섯에 아이를 낳았다.

인터뷰 장소에도 짠 듯이 검은색 옷을 입고 나타났다.

둘은 수년 전 KBS 2TV 예능 '불후의 명곡'에서 만난 후 급속도로 친해졌다.

2017년에는 제주도에서 콘서트도 같이 했다.

알리가 임신했을 때 박기영은 자주 안부를 묻고 챙겼고, 박기영의 딸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알리가 한달음에 가서 놀아줬다고 한다.

"언니가 좋아서 그런 거예요.

원래 다른 사람에게 연락을 잘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언니가 좋았어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난 뒤에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계관이 바뀐 거죠."
박기영은 다음 달 1일에 장충체육관에서 '삼인삼색콘서트'를, 알리는 24∼25일에 롯데호텔서울에서 '크리스마스 디너콘서트 기프트'를 연다.

알리는 "원래 제 콘서트에서는 신나는 댄스곡을 가미해 즐기는 편인데 이번에는 뮤지컬을 위해 춤추지 않으려 한다"며 "대신 공연 제목에 '기프트'가 있듯이 관객에게 작은 선물을 선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생애 마지막 뮤지컬입니다.

'보디가드'가 또 한다면 모르겠지만. 하하. 지금 멋진 배우들과 함께 하는 게 굉장한 행운이고 영광이에요.

이번 겨울이 지나면 그 시간이 정말 아름다운 챕터로 남게 될 것 같아요.

지금은 힘들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기영)
"'완벽을 넘어선 뮤지컬'이란 수식어가 붙는 레베카를 하게 돼 기뻐요.

산후조리를 뮤지컬로 하고 있는데 매회 업그레이드되는 모습을 보게 되실 거예요.

지방 13개 도시 순회공연까지 지치지 않고 할 테니 관심 많이 가져 주세요.

"(알리)
'보디가드' 박기영·'레베카' 알리…디바에서 뮤즈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