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0대 총선 결과 분석…현역교체율·의석수 정비례
지역·세대·계파·탄핵 초월한 공정한 공천룰에 인적쇄신 성패 달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쇄신의 칼'을 빼 들었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지역구 의원 3분의 1 컷오프를 포함해 현역 의원 절반을 물갈이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인적쇄신안을 발표했다.

황 대표 단식 이틀 차에 내년 총선을 겨냥한 '물갈이 신호탄'을 쏜 것이다.

총선기획단장인 박맹우 사무총장은 브리핑에서 "(물갈이 비율) 발표 시점은 황 대표 단식과 전혀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당 안팎에서 분출하는 쇄신요구에 김세연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 후폭풍까지 겹친 상황에서 물갈이 속도를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 따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당이 환골탈태 수준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저지와 국정 전환을 명분으로 내세운 단식 역시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가 배수진을 치고 당 쇄신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당내 반발을 누르는 효과도 노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절반 물갈이" 쇄신의 칼 빼든 황교안…'컷오프 기준' 주목
정치권에서는 일단 총선기획단이 제시한 '지역구 의원 컷오프 3분의 1' 비율에 대해 수치만 놓고 보면 고강도 쇄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컷오프 3분의 1'이 달성된다면 공천 완료 시 현역 교체율 50% 이상을 무난히 달성한다는 계산이다.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이 152석을 얻어 민주당(127석)에 압승했다는 평가를 받는 2012년 19대 총선의 경우 지역구 의원 25% 컷오프에 비례대표·불출마·경선 탈락 등을 포함해 최종 41.7%의 현역 교체율을 기록한 바 있다.

역대 총선 결과를 봐도 현역 교체율과 의석수는 비례했다.

'차떼기' 이미지로 치렀던 2004년 17대 총선은 현역 교체율 39.1%로 121석을 얻어 민주당(152석)에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8년 18대 총선과 2012년 19대 총선은 각각 현역 교체율 39.1%, 41.7%를 통해 각각 의석수 153석, 152석을 얻어 민주당에 압승했다.

반면 2016년 20대 총선은 현역 교체율 19.9%에 그쳤다.

결과는 122석으로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123석)에 제1당 지위를 내줬다.

"절반 물갈이" 쇄신의 칼 빼든 황교안…'컷오프 기준' 주목
문제는 컷오프 목표 수치만으로는 성공한 인적쇄신이란 평가를 받기 힘들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공천 배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면 당내 반발과 분열 등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공천 결과에 불복해 대거 탈당 사태 등에 대한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총선기획단의 향후 과제는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공천 기준을 마련하는 일에 집중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한국당의 21대 공천 기준은 영남과 비영남, 중진과 초재선, 친박과 비박, 탈당과 복당 등 지역·세대·계파·탄핵 등 갈등이 뒤얽힌 고차방정식이 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총선기획단 총괄팀장인 이진복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내 반발은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과거처럼 누구를 찍어내기 위해 공천룰을 만들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룰에 대해 의원들도 납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