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안보협력 지속' 강조…TISA 등으로 공백 메울 듯
'피해자 수용' 전제로 한 강제징용 근본 대책 모색 등 예상
지소미아 재체결 가능성도 열려 있어…한중일 정상회의가 계기 되나
지소미아 종료 D-1…文대통령, 對日 원칙론 속 관계복원 해법은
청와대가 종료 시한(23일 0시)을 하루 앞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종료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이 커지며 문재인 대통령의 향후 한일관계 해법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는 21일 지소미아 종료 여부를 두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주요 관계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고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지소미아 종료 쪽에 무게를 실은 가운데 일본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막판까지 노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이 이날 오전 일본 중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서 "한국에 현명한 대응을 요구한다"고 말해 일본의 태도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작게 점쳐진다.

청와대와 정부가 기존의 입장을 번복할 여지가 사라진 것은 아니나 사실상 지소미아는 종료 수순에 들어간 셈이다.

지소미아 종료 시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부분은 군사정보 교환을 포함한 한일 간 안보 협력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최대한 일본과 안보상으로 협력하고자 한다"며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한이 있어도 (일본과) 안보상 협력은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지소미아가 종료돼도 군사정보를 교환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티사)을 통해 얼마든지 군사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지소미아 종료를 유발한 근본 원인이 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 등을 해결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대일 관계 원칙은 대화의 문을 열어두면서 과거는 직시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투트랙 외교'다.

과거를 직시한다는 대목은 어떤 식으로든 강제징용 판결 문제와 관련해 일본과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청와대는 한일 기업의 자발적 기금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내용의 '1+1'안을 제안했으나 일본은 이를 거절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한일 기업과 양국 국민의 자발적 성금 모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1+1+α(알파)'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어떤 방식이 됐든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피해자가 새로운 안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피해자들과 지속해서 소통해 이들이 수용 가능한 안을 찾는 동시에 이를 토대로 일본과의 견해차를 좁히는 데 공을 들일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면 지소미아를 다시 체결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

티사로 지소미아를 대체할 수 있다고는 하나 이는 미국을 매개로 정보를 교환하는 시스템인 탓에 긴박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정보를 교환해야 할 때 그 효용이 지소미아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지소미아의 필요성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은 지소미아를 유지하는 것이 한미일 안보협력은 물론 견고한 한미 동맹을 유지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뜻한다.

결국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염두에 둔다면 일본의 태도 변화가 보일 때는 문 대통령 역시 지소미아를 다시 체결하는 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 달 한중일 정상회의가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자리가 지소미아 재체결 타진 등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분석과 궤를 같이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