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빛 사이에서'…김택상 단색화 개인전

한국 단색화 전통을 잇는 대표 작가로 꼽히는 김택상이 개인전 'Between color and light'(색과 빛 사이에서)로 다시 찾아왔다.

21일 종로구 창성동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개막한 전시회는 내년 1월 10일까지 이어진다.

작가는 캔버스에 색을 겹겹이 칠하는 서양 회화 방식 대신 캔버스 자체의 자연색이면서 숨 쉬듯 살아 있는 빛을 담아 표현하려고 시도했다.

이런 기법은 1990년대 초 화산 분화구의 '물빛'을 인상 깊게 본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물을 머금은 빛의 색을 작품으로 구현하고자 완만하게 오목한 판을 틀에 받쳐 고정하고 극소량 아크릴을 희석한 물을 부어 그 위에 수성 캔버스가 잠기도록 한다.

녹아든 미세한 물감 알갱이는 채로 거른 입자처럼 그윽하고 부드러운 색조로 물에 잠긴 캔버스 깊숙이 침전한다.

이처럼 물에 잠기는 표면 면적과 침전되는 시간을 조절하며 건조하는 작업을 수차례 반복해 단색 층위가 은은하게 겹겹이 쌓인 살아 숨 쉬는 빛의 회화를 완성했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캔버스를 거듭 적시고 말리면 자연이 응답한다
리안 갤러리는 "이러한 창작 기법은 1970년대 한국 단색화에서 나타난 반복적 행위의 수행적 태도와 정신을 계승한다"면서 "물에 적시고 건조하는 과정은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데, 때로는 10년 이상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작가는 그 과정에서 매 순간, 매일 그리고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기상 조건, 일조량, 물과 공기, 햇빛과 중력의 상호작용과 반응하는 시간을 감내하고 교감하며 자연현상이 응답하는 우연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택상은 실제로 이런 작업을 '명상적 행위'에 비유하며 '치유'와도 연관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서구의 색 개념이 표면에 빛이 반사되어 나타나는 표면색으로 이해한 것이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색 개념은 물질 그 자체에 담긴 본래의 색인 색소색과 구조색으로 나뉘며, 내가 추구하는 색 표현은 바로 이와 같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