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1762∼1836)이 쓴 3대 저작이라고 할 만한 일표이서(一表二書) 중 하나인 흠흠신서(欽欽新書)는 이렇게 시작한다.
"오직 하늘만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니,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매여 있는 것이다.
(중략) 사람이 하늘의 권한을 대신 쥐고 행하면서도 삼가고 두려워할 줄 몰라 세밀한 부분까지 명확하게 분별하지 못하고서 소홀히 하고 흐리멍덩하게 처리하여 살려야 하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죽여야 하는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 다산은 흠흠신서 서문을 통해 저술 취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공정하게 수사하고 재판해 세상에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흠흠신서는 다산이 중국과 조선의 살인사건 판례를 모으고 자신의 견해를 덧붙인 형법서다.
완성 시점은 다산이 서문을 쓴 1822년으로 추정된다.
'흠흠'(欽欽)은 '서경'(書經)에 나오는 구절 '조심하고 조심하여 형벌을 신중하게 내려야만 한다'(欽哉欽哉唯刑之恤哉)에서 따왔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19일 종로구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산은 형사 사건에서 뇌물, 압력, 사사로운 친분을 배제하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흠흠신서는 오늘날 법조인들이 반드시 봐야 할 책"이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전남대 법대 재학 시절 은사가 한국 법제사 공부를 권유해 대학원에 진학했고, 대학원에서 다산학에 본격적으로 입문해 약 50년간 정약용 사상을 연구했다.
다산 관련 책을 많이 쓴 그는 1999년 정해렴 현대실학사 사장과 함께 흠흠신서를 완역했는데, 이번에 이강욱 은대고전문헌연구소 자문위원과 함께 20년 만에 개정판이라고 할 '역주 흠흠신서'를 발간했다.
전체 네 권으로, 번역서 세 권과 원문서 한 권으로 구성됐다.
저본은 1936년에 신조선사가 간행한 다산 문집 '여유당전서'다.
출판 작업은 한국인문고전연구소가 맡았고, 네이버문화재단 문화콘텐츠기금이 후원했다.
네이버와 네이버문화재단, 한국인문고전연구소는 '고전 번역 프로젝트'를 통해 여유당전서 중 시와 산문, 흠흠신서를 번역해 온라인에 공개했다.
내년부터는 경세유표(經世遺表)를 우리말로 옮긴다.
박 이사장은 "20년 전 번역서는 인명이나 고사를 몰라 슬슬 넘어간 부분이나 오역이 있어서 부끄러웠지만, 이번에는 그런 대목을 많이 해결했다"며 "나름대로 공력을 들여 번역했다고 해도 10년이나 15년이 지나면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이 달라져서 또 손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동석한 권희준 한국인문고전연구소 대표는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책을 만들었다"며 일관성 있는 번역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도 "일반인에게 권할 정도는 된다"고 거들었다.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사형으로 목숨을 잃었으나 훗날 무죄가 선고된 조봉암 사건이나 인민혁명당 사건을 거론하고 "다산이 말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과 거리가 먼 사례들이 현대에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산이 흠흠신서에 심혈을 기울인 이유는 인명을 중시했기 때문"이라며 "그는 판결에 따라 사람이 죽고 산다고 느꼈기에 판관이 신중하고 신중히 해야 한다고 여겼다"고 덧붙였다.
박 이사장은 서문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재물을 얻고 여자에게 미혹되기도 하면서 백성들이 비참하게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도 가엾이 여겨 구제할 줄 모르니, 이는 매우 큰 죄악"이라는 정약용의 우려가 지금도 여전하다면서 '흠흠'의 정신이 실현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블랙핑크 제니가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지만, 공연 시간과 진행 방식 등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16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제니의 첫 솔로 정규 앨범 'Ruby(루비)' 발매를 기념하는 콘서트 '더 루비 익스피리언스(The Ruby Experience)'가 열렸다.제니 콘서트 좌석 중 최고가는 22만 원. 가격에 비해 공연 시간은 70분에 불과해 일부 팬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한경닷컴의 취재에 따르면 공연은 예정된 시간보다 약 10분 지연됐다. 빅뱅 대성, 위너 이승훈, 블랙핑크 로제, NJZ(뉴진스) 멤버 전원, 배우 김지원 등 스타들이 관객석에 등장하자 현장이 술렁였다. 이를 구경하려는 일부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진을 찍었고, 보안 요원들의 통제가 이어지면서 혼선이 빚어졌다.공연이 지연된 것에 대해 일부 팬들은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특성상 공연 시작이 다소 지연되는 것은 흔한 일이라는 시각도 있었다.아이돌 그룹의 단독 콘서트는 일반적으로 2~3시간가량 진행된다. 하지만 제니의 이번 공연은 70분 만에 종료됐다. 물론 15곡을 소화하며 퍼포먼스와 뮤직비디오 VCR을 곳곳에 배치했지만, 관객과의 소통 시간이 짧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제니는 첫인사를 공연 시작 40여분 만에 전했다. 공연 중 팬들과의 소통 시간은 5분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가수들은 공연 초반이나 중반에 팬들과 교감을 나누지만, 제니의 공연은 무대 중심으로 진행됐다.이에 대해 일부 팬들은 "콘서트를 기대했지만, 리스닝 파티 수준이었다", "이 정도 구성이면 사실상 앨범 쇼케이스와 다를 바 없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반
세아이운형 문화재단(이사장 박의숙)이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를 공연했다. 1901년 드보르작이 발표한 <루살카>는 그의 9개의 오페라 중 유일한 성공작으로 체코(슬라브) 민속설화를 바탕으로 물의 정령 루살카가 인간 왕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비극을 다룬다.루살카는 마녀 예지바바의 마법으로 목소리를 잃는 대신 인간이 되지만, 자신이 사랑한 왕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결국 둘은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한다. 이 스토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와도 비슷하지만 자신이 사랑한 왕자를 죽이지 못하고 물거품이 되는 인어공주와 달리 오페라는 물귀신이 된 루살카가 자신을 배신한 왕자를 숨을 빼앗는 키스로 익사시키며 끝을 맺는다.지휘자 데이비드이가 이끈 서울시향은 어두운 조명 아래 이 오페라의 비극적인 분위기를 암시하는 서곡을 시작했다. 팀파니의 울림이 수면 위의 진동을, 현악기의 트레몰로가 불안한 물살을 표현했다.여기에 목관악기들이 ‘달의 노래’ 풍의 구슬픈 선율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이어 왕자와 루살카의 사랑의 장면을 나타내듯 로맨틱한 선율이 잠시 등장하지만, 비극을 암시하는 피콜로가 비명 같은 음정을 내며 방해한다. 호른과 잉글리쉬 호른의 연주가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관악기들의 빠른 연주에 물의 정령들이 등장해 슬라브 무곡을 연상케 하는 반주와 메아리치듯 노래하며 숲속 호숫가를 배경으로 한 1막이 시작됐다.1막에서 세 명의 물의 정령들과 함께 등장한 물 도깨비 보드닉(베이스 박종민)은 과감한 몸짓과 강렬한 연기로 청중을 압도했다. 이어 잔잔한
중·고등학생의 카드 소비를 분석한 결과 탕후루의 인기가 시들고 그 자리를 요거트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16일 KB국민카드의 14~19세 체크카드 이용고객 결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등학생의 요거트전문점 이용금액은 전년 대비 317%, 이용건수는 177% 증가해 디저트 업종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반면 2023년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던 탕후루는 2024년 전년 대비 75% 급감했다. 다만 디저트 전문점 중 요거트전문점 이용 금액 비중은 1.0% 수준으로 미미했다.이번 분석은 2019년부터 2024년 14∼19세 체크카드 이용 고객 71만명이 전체 업종에서 이용한 총 2억6000만건의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중·고등학생의 월평균 이용 금액은 2019년 12만1600원에서 2024년 14만7900원으로 21.6%, 이용 건수는 16.4건에서 18.5건으로 12.8% 증가했다. 가장 많이 이용한 업종은 편의점이었다. 편의점 이용 건수 비중은 25%로 성인의 이용 비중(19%)보다 6%포인트 높았다.중·고등학생 체크카드 고객의 41%는 편의점을 월 5건 이상 이용하고, 17%는 편의점을 월 10건 이상 이용했다.중·고등학생의 먹거리 업종 선호도는 이용 건수를 기준으로 커피(28%), 디저트 전문점(19%), 패스트푸드(14%), 외국식(14%), 한식(11%) 순이었다.오락서비스 업종에서는 PC방이 이용 건수의 55%를 차지했다. 코인노래방(16%), 무인사진관(6%)이 그 뒤를 이었다.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