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신임 사무차장에 김정원 수석부장연구관(54·사법연수원 19기·사진)을 22일 임명한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김 사무차장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2012년 헌재 선임부장연구관으로 임명된 뒤 지난해 2월부터 수석부장연구관으로 일해왔다.
법복을 입은 여성이 “헌법, 어렵지 않아요”라고 말하면서 강의를 시작한다. 옹기종기 모여 강의를 듣는 이들은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유아다. 행복추구권을 설명하면서 아기에게 곰인형을 주자 아이는 행복한 듯 활짝 웃는다. 평등권을 설명할 땐 아이들에게 똑같은 양의 식사를 준다. “엄마”를 외치며 무언가 요구하려는 아이를 통해서는 우리에게 ‘청구권’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곳은 ‘자유 어린이집’이었고 법복을 입은 사람은 보육교사였다. 아기들을 데리고 나가며 교사는 강조한다. “잊지 마세요. 헌법은 언제나 여러분 곁에 있어요.”황대연 감독이 ‘제2회 헌법재판소 30초영화제’에 출품한 ‘헌법, 어렵지 않아요’의 내용이다. 이 작품은 12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영화제 시상식에서 일반부·청소년부 통합대상을 받았다. 헌법에 담겨 있는 다섯 가지 국민 기본권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유쾌하게 풀어내 호평받았다. 특히 교사의 재치있는 입담을 기반으로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정도로 헌법은 어렵지 않다’는 메시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머러스하게 이끌어갔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헌법재판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이번 영화제에는 ‘헌법이 약속한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주제에 맞게 헌법의 다섯 가지 기본권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이 대거 출품됐다. 지난 9월 4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된 공모에 일반부 269편, 청소년부 135편 등 모두 404편이 응모했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였음에도 지난해(361편)보다 출품 수가 늘었다.출품작 중 9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헌법 속 기본권을 따뜻한 의미로 풀어낸 작품부터 진지하게 시작해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반전 매력을 품은 작품까지 다양했다. 심사위원들은 “지난해 영화제에선 다소 뻔한 내용의 작품이 많았는데 이번엔 개성 넘치는 아이디어로 헌법을 이해하기 쉽고 다채롭게 풀어낸 작품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청소년부 최우수상은 ‘헌법은 사랑을 지켜주는 법이다’를 출품한 청림초등학교의 김태현 감독이 차지했다. 이 작품에선 한 남자 초등학생이 몰래 휴대폰을 보고 있다. 옆에 있던 여학생은 다른 여자친구와 연락하는 줄 알고 남학생에게 휴대폰을 보여달라고 한다. 남학생이 “그래도 사생활이잖아”라고 거부하자 여학생은 “사생활이고 뭐고, 사랑하는데 그런 법이 어딨어?”라고 따져 묻는다. 그러자 뒤편에서 또 다른 남학생이 등장하면서 말한다. “그런 법 있어. 헌법.” 그는 ‘모든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는 헌법 17조를 언급한다. 그 덕에 남학생은 여학생에게 무사히 깜짝 선물을 전달할 수 있었다. 헌법이 어린이들의 소중한 사랑을 지켜줬다는 메시지를 재기발랄하게 전달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일반부 최우수상은 ‘헌법은 가장 행복한 약속이다’를 제작한 지승환 감독에게 돌아갔다. 영상은 한 꼬마가 편찮은 할머니를 대신해 동사무소를 찾아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동사무소 직원이 다른 보호자나 병원진단서를 요구하자 아이는 말없이 수첩을 꺼내 보여준다. 헌법 조문이 담긴 수첩이었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적힌 내용을 읽은 직원은 “책임지고 해결해 줄게. 잘해보자”며 아이의 손을 맞잡는다. 의지할 수 있는 게 헌법뿐이었던 시민에게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민원을 해결해준 한 공무원의 실화를 재구성해 따뜻한 감동을 전했다.청소년부 우수상은 ‘헌법은 전 남친도 잊게 한다’를 출품한 한강미디어고등학교의 강민정 감독이 받았다. 이 작품에선 한 여학생이 남자친구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는다. 미안하다며 돌아서는 남자친구에게 여학생은 “그렇게 말하면 어떡하냐, 그럼 난 누가 지켜주냐”고 묻는다. 그러자 남학생은 “헌법”이라고 말한 뒤 헌법재판소에서 발간한 <대한민국 헌법>을 여학생에게 던져준다. 여학생은 엄지손가락을 들고 “헌법, 너만 믿을게”라고 말하면서 활짝 웃는다. 진짜 나를 지켜주는 것은 남자친구가 아니라 헌법 속에 있다는 걸 웃음 가득한 영상으로 담아냈다.이날 열린 시상식에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박종문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이황희 헌법재판소 공보관, 한국경제신문의 김기웅 사장과 차병석 편집국장, 박성완 편집국 부국장, 김태완 사회부장 등이 참석했다. 수상자와 가족 300여 명도 시상식을 함께했다. 수상자들에게는 지난해보다 1000만원 늘어난 총 2000만원의 상금이 돌아갔다. 축하 공연 무대는 2009년 한국 아카펠라 대회 대상을 받으며 데뷔해 각종 세계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5인조 아카펠라 보이스밴드 엑시트(EXIT)가 장식해 시상식의 열기를 더했다.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아직 많은 분이 헌법은 어려운 것이고 헌법재판소는 나의 일상과 거리가 먼 곳으로 여깁니다. 영화라는 대중적인 장르를 통해 헌법과 헌법재판소를 조금 더 가깝게 느끼길 바랍니다.”유남석 헌법재판소장(사진)은 ‘제2회 헌법재판소 30초영화제’를 연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유 소장은 올해 영화제 출품작의 수준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처음 진행할 땐 헌법이라는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짧은 시간에 무엇을 표현할 수 있을지 많이 염려했는데 생각보다 훌륭한 작품들이 출품됐다”며 “올해 영화제엔 작년보다 더 재밌고 감동적인 작품이 많았다”고 말했다.이번 영화제 주제를 ‘헌법이 약속한 국민의 기본권’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선 “헌법은 기본권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의 최고 규범”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가 지닌 자유와 평등, 행복을 추구할 권리도 모두 헌법을 기반으로 한다”며 “그런 헌법의 소중함과 가치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역할도 강조했다. “1988년 헌법재판소가 설립된 이후 자유와 평등 같은 소중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힘써왔습니다.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 정의롭고 민주적인 국가를 만드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다고 생각합니다.”헌법의 가치와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널리 알리기 위해 영화제 수상작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유 소장은 “영화제 수상작들은 헌법재판소 홈페이지와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알릴 것”이라며 “내년에 세워질 헌법재판소 전시관에서도 수상작들을 전시해 많은 국민이 영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제2회 헌법재판소 30초영화제’에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와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소재로 한 참신한 작품이 다수 출품돼 눈길을 모았다.일반부 우수상을 받은 김성신 감독의 ‘헌법은 변화다’는 ‘악법’을 상대로 ‘헌법’이 벌이는 체스 한판을 그렸다. 머리에 빨간 뿔이 난 악법은 “악법도 법이다”라며 체스의 말을 옮긴다. 이에 헌법이 “감히 어딜? 그런 법이 어딨어?”라며 악법의 말을 잡는다. ‘사회권’ ‘인간존엄과 행복추구권’ ‘평등권’이란 체스 말로 악법의 말을 하나씩 잡아낸 뒤 헌법은 미소 지으며 ‘악법’의 빨간 뿔을 잡아 뺀다. 영상 한 편엔 ‘시대에 맞춰 국민에 맞춰 낡은 법은 바꾸고 새로운 시대로’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록 음악을 배경으로 넣어 악법을 잡는 헌법의 움직임을 통쾌하게 표현했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듯 헌법 속 국민 기본권에 대한 의미도 시대와 국민에 따라 변화하고 새롭게 해석될 수 있음을 신선한 구도와 소재로 보여준 작품이다.일반부 장려상을 받은 정윤수·양은진·신민선·이혜지 감독의 ‘헌법의 완성은 당신입니다’(사진)는 멀게만 느껴졌던 헌법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를 영상으로 세심하게 보여준다. 평범한 시민이 보내는 일상에서의 작은 권리와 의무 하나하나가 헌법을 만드는 기반이 됐다는 메시지를 통해 헌법의 소중한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한다.또 다른 일반부 장려상 수상작인 최은서 감독의 ‘사회대통합의 시대를 여는 헌법재판소’는 아홉 개 수상작 가운데 유일하게 헌법재판소의 사회적 역할을 이야기한 작품이다. 낙태죄 헌법 불합치, 재외국인 참정권 제한 헌법 불합치, 외국인 산업연수생 차별 위헌, 장애인 고용 의무제 합헌 판결 등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내린 판결을 관련된 사람들과 함께 하나씩 꺼내 보여준다. 다양한 사람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만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회의 갈등을 해결해주는 곳이 헌법재판소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영상으로 주목받았다.청소년부 장려상을 받은 강원애니고등학교 강해진 감독의 ‘헌법은 옷이다’는 헌법이 지닌 가치를 봄옷과 겨울 패딩 등 계절에 맞는 옷으로 표현해 보여줬다. 늘 함께하기에 우리는 헌법이라는 옷을 입고 있다는 의미도 영상에 잘 담아냈다. 함께 청소년부 장려상을 받은 김해 대청중학교 오승민 감독의 ‘헌법은 선생님이다’는 학생들이 잘못했을 때는 꾸짖지만 늘 학생들을 사랑으로 보듬는 선생님을 헌법에 비유해 큰 박수를 받았다.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