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선체 인양 예정…전기합선·가스폭발 등 가능성

제주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발생한 갈치잡이 어선 화재 원인이 밝혀질 수 있을까.

'8m 그을린 선미' 제주어선 화재원인 밝힐 블랙박스 되나?(종합)
제주해양경찰청은 20일 제주대 3천t급 첨단 실습선인 아라호로 대성호(29t·통영선적)를 인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성호는 현재 두 동강 난 상태로 선수 부분은 침몰했고, 선미 부분만 표류하고 있다.

해경은 우선 선미 부분을 인양,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유관기관 협조를 받아 화재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도면상 대성호의 선미에는 취사실과 선원들의 침실이 있고, 침몰한 나머지 부분에는 어창, 기관실, 조타실 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에 따르면 인양 예정인 선미 부분은 대성호 전체 길이 26m 중 8m 남짓한 크기다.

취사실과 침실이 있는 선미 부분은 화재로 인해 까맣게 그을린 상태로 알려졌다.

해당 부분이 발화지점인지 여부는 나오지 않았지만, 국과수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원인이 밝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경북 동해안 어선에서 발생한 선박 화재(36건)의 경우 대부분 기관실에서 누전이나 합선 등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일부 업체가 시험기관으로부터 적합성 평가를 받지 않아 불이 나기 쉬운 어선용 기계를 판매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어민과 해경 등에 따르면 이외에도 조리용 가스통 폭발, 엔진 과열 등 다양한 가능성이 남아있다.

제주 해상서 어선 화재…내국인 6명·베트남인 6명 승선 / 연합뉴스 (Yonhapnews)
'8m 그을린 선미' 제주어선 화재원인 밝힐 블랙박스 되나?(종합)
대성호에서 발생한 화재가 순식간에 번진 이유는 어선이 화재에 취약한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FRP 선박은 건조비가 비교적 저렴해 어선 건조에 많이 활용되지만, 외부 충격과 화재에 매우 취약한 단점이 있다.

실제로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화재 피해선박 497척 중 308척(62%)이 FRP 선박일 정도로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6년부터 2019년 8월까지 제주지역에서 발생한 화재 피해선박 39척의 대부분이 FRP 선박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경은 보고 있다.

대성호도 FRP 재질로 만들어져 단시간에 선체 전체로 확산했을 가능성이 크다.

'8m 그을린 선미' 제주어선 화재원인 밝힐 블랙박스 되나?(종합)
대성호의 화재 발생 시점은 19일 오전 4시를 전후한 시각이다.

사고 발생 당일 대성호와 함께 조업하던 다른 어선은 교신을 통해 오전 2시 50분까지만 하더라도 대성호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인근 어선은 오전 6시께 다시 대성호를 호출했으나 응답이 없었고 대성호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 해경에 신고했다.

또한 자동선박식별장치(AIS) 수신기에 화재 어선의 신호가 오전 4시 15분까지 잡혔다가 사라진 것으로 보아 화재는 오전 4시를 전후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이 났을 때 대성호의 상황은 선원들이 구조 신호를 보내지 못할 정도로 매우 급박했을 것으로 보인다.

오전 8시 15분께 해경청 팬더 헬기(B-513호)가 사고 현장에 처음 도착했을 때 이미 대성호는 상부 전체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헬기에 탑승한 구조요원이 인근 어선에 내려 선체 진입을 시도했지만, 화염으로 인해 승선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