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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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세가 9거래일 연속 이어졌다. 그간 판 한국 주식이 약 1조200억원에 달한다. 가격은 싸지 않은데, 주변도 시끄럽다는 진단이다.

1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34% 하락했다. 간밤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가 부담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 의장이 만났다는 소식에 소폭 더 올랐다.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행정부와 중앙은행의 수장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된 덕이다.

이날 코스피는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가운데, 합의 지연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돼 하락 출발했다. 한때 -1.10%까지 낙폭이 커졌다가 이후 개장한 중국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자 이에 연동해 낙폭을 줄였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전날 역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낮추는 등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중 증시를 밀어올렸다는 관측이다.

◆ "비싸고, 불안하고"

과거부터 한국 증시의 추세를 만들어왔던 것은 외국인 투자자다. 거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코스피의 상승이나 하락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이날까지 9일 연속 순매도를 보여, 한국 증시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 흐름을 나타냈다. 지난 7일을 기점으로 재차 '팔자'로 돌아섰다. 일별 금액은 크지 않지만, 순매도가 9거래일 연속 이어지며 1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된 불안감이 우선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 완료될 것으로 기대했던 1단계 무역협상 서명이 연기될 수 있다는 뉴스들이 지난 7~8일 알려졌다"며 "위안화와 원화도 이 시점부터 상승 흐름을 보였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홍콩 시위도 격화일로다.

한국 증시만이 안고 있는 부담은 오는 26일 진행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 정기변경이다. 이번 변경에서 중국 주식의 비중이 늘어나고, 한국 비중은 감소하게 된다. MSCI 신흥국지수를 추종하는 자금들의 기계적인 한국 주식 매도가 예상되기 때문에, 당분간 외국인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 주식의 수준도 싸지 않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날 종가로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예상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1.31배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라며 "올 4분기 기업실적 전망치의 하향조정은 지속되고 있어, 주가수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했다.

현재의 주가수준에서는 미중 무역합의 일정이 공개되기 전까지 적극적인 매수 전략은 자제하라는 권고다.

◆ "이 또한 지나가리라"

11월 MSCI 신흥국지수 정기변경을 전후해 한국을 겨냥한 외국인의 매수세가 들어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중국의 연이은 비상과 한국의 상대적 침체로 한때 17%선에 육박했던 신흥국지수내 한국 시가총액 비중은 3등국 대만(11.9%)에 준하는 12.4% 수준까지 하락했다"며 "그러나 양국의 신흥국지수 이익기여도 대비 시총비중 차이 등을 감안하념 한국의 반격이 머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신흥국지수에서 한국의 이익기여도는 13.2%인데 반해, 시총비중은 12.4%로 이보다 적다. 대만의 경우 이익기여도는 9.0%지만, 시총비중은 11.9%로 더 크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최악의 감익 위험을 감안해도 대만 대비 한국 증시의 저평가 구도가 확연하다"며 "좁혀진 양국의 시총비중간 괴리는 한국 반도체 실적 동력(모멘텀)의 부활 여부에 따라 다시금 정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증시는 썩어도 준치라고 강조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