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사연으로 절판됐던 책들이 새 옷을 입고 재출간되고 있다. 소설, 비문학, 그림책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움직임이다. 최근 경기가 움츠러들며 출판업계의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복간 요청이 꾸준히 이어지거나, 초판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책들이 새로운 시대적 흐름에 맞춰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21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민음사, 다산북스, 은행나무 등 주요 출판사는 수십 년 전 절판된 책을 복간해 독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복간은 절판된 도서를 다시 출간한다는 뜻으로, 이미 판매 중인 책을 포함해 도서의 표지나 내용을 수정하는 개정판 보다 좁은 의미로 쓰인다. 출판업계는 작년 말 한국계 미국인 작가 차학경의 유작 '딕테'가 절판 20년 만에 부활한 사례에 주목하며 복간 도서에 힘을 쏟고 있다. 사라진 책들도 독자 수요가 뒷받침하거나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면 다시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특히 연초라는 시기적 특성과 불경기로 책 구매 열기가 시들한 상황에서 복간은 경제적인 출판 전략으로 평가된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기존 작품에 새 옷을 입히면 빠르고 시의성 있게 출간할 수 있어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민음사는 '초역 부처의 말' 등 서점가를 휩쓴 '힙불교' 유행을 이어받아 '반가사유상'을 20년 만에 복간할 예정이다. 두 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반가사유상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김군 사망 사고(2016),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 근로자 김용균 씨 사망 사고(2018)…. 산업재해들은 잊을 만하면 반복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온 나라가 떠들썩했지만, 그것도 잠시. 반년만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별일 없었다는 듯 사회는 그대로 유지되곤 한다. 결국 고장 난 부품처럼 갈아치우는 건 그 자리를 대체할 또 다른 인간뿐이다.봉준호 감독(사진)의 여덟 번째 장편영화 ‘미키 17’의 시작은 이런 현실에 대한 고찰이었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만난 봉 감독은 “인재(人災)가 발생했을 때 오히려 사회 시스템은 그대로고 인간만 계속해서 고쳐 쓰이는 현실에서 오는 슬픔과 잔인함이 있다”며 “현실은 공상과학(SF) 영화보다 훨씬 복잡하지만 ‘미키 17’을 통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그에 대한 ‘작은 위로’였다”고 말했다.‘미키 17’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한다. 우주 식민지 개척이 시작된 205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 미키(로버트 패틴슨 분)는 방사선 피폭 같은 위험한 임무에 투입됐다가 죽으면 생체 프린팅으로 무한정 되살아나는 ‘익스펜더블’(expendable·소모품)을 자원한 인물이다. 임무 수행 중 17번째 미키가 죽은 줄 착각한 연구진이 18번째 미키를 출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영화에선 죽음을 불사해야 하는 모든 위험한 일을 한 명에게 반복시키지만 실제론 김군이 사라지면 다음엔 박군, 최군이 그 자리를 채우잖아요. 이런 암울한 상황을 압축하는 단어가 바로 영화 속 익스펜더블입니다. ‘내가 일하다 죽
구의역 스크린도어 김군 사망 사고(2016),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근로자 김용균 씨 사망 사고(2018)…. 산업재해들은 잊을만 하면 반복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온 나라가 떠들썩했지만, 그것도 잠시. 반년만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별일 없었다는 듯 유지되곤 한다. 결국, 고장 난 부품처럼 갈아치우는 건 그 자리를 대체할 또 다른 인간뿐이다. 봉준호 감독의 여덟 번째 장편영화 ‘미키 17’의 시작은 이런 현실에 대한 고찰에서부터였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만난 봉 감독은 “인재(人災)가 발생했을 때, 오히려 사회 시스템은 그대로고 인간만 계속해서 고쳐 쓰이는 현실에서 오는 슬픔과 잔인함이 있다”며 “현실은 SF 영화보다 훨씬 더 복잡하지만, ‘미키 17’을 통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그에 대한 ‘작은 위로’였다”고 했다. ‘미키 17’는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한다. 우주 식민지 개척이 시작된 205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방사선 피폭 같은 위험한 임무에 투입됐다가 죽으면 생체 프린팅으로 무한정 되살아나는 ‘익스펜더블’을 자원한 인물이다. 임무 수행 중 17번째 미키가 죽은 줄 착각한 연구진이 18번째 미키를 출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에선 죽음을 불사해야 하는 모든 위험한 일을 한 명에게 반복시키지만, 실제론 김군이 사라지면 다음엔 박군, 최군이 그 자리를 채우잖아요. 이런 암울한 상황을 압축하는 단어가 바로 영화 속 ‘익스펜더블(expendable·소모품)’입니다. ‘내가 일하다 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