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는 지난 14일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총 294㎿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착공식을 열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 중 최대 규모다. 향후 35년간 운영해 2800억원의 수익을 창출할 것이란 게 한전의 기대다. 김종갑 한전 사장(오른쪽)이 발주처인 캐나디안솔라의 이스마엘 게레로 사장과 기념패를 맞잡고 있다.
“결국 부담이 우리(공기업)한테 돌아오겠네요.”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농업 부문에서 개발도상국 특혜를 더 이상 주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며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조속히 확충될 수 있도록 기업 출연을 활성화하겠다”고 하자 한 공기업 임원이 보인 반응이다. 이 기금은 17일 현재 594억원이 모였는데, 이 중 91.0%인 539억9000만원을 공기업이 냈다. 대기업은 7.5%인 44억6000만원, 중견기업은 0.3%인 2억원을 각각 출연했다. 중소기업이 낸 돈은 0원이다.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때 여야 합의로 조성됐다. FTA로 피해가 예상되는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2017년부터 매년 1000억원을 모아 10년간 총 1조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올해 말까지 3000억원을 조성해야 하지만 목표액의 19.8%밖에 모이지 않았다.이 기금을 만든 기본 취지는 FTA로 수혜를 보는 기업이 이익의 일부를 농민들과 나눠 갖자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수출을 많이 하는 민간기업이 주로 기금을 내야 정상이다.민간기업의 기금 출연이 활성화되지 않은 것은 2017년 터진 ‘최순실 사태’의 여파다. 최서원(개명전 최순실) 씨가 운영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미르재단에 대기업들이 출연한 게 문제가 돼 총수들이 옥살이까지 하자 민간기업들은 기부와 관련한 내부 규정을 강화했다.민간기업이 돈을 내지 않자 부담은 고스란히 공기업 몫이 됐다. 정부가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뒤 이날까지 22억7000만원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추가로 걷혔다. 이 중 89.0%인 20억2000만원을 공기업이 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모금액은 거의 늘지 않았다.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탈(脫)원전 영향 등으로 실적이 계속 나빠지는데 정부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내야 하는 돈은 갈수록 늘고 있다”고 했다.이달 6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시행하는 ‘으뜸효율 가전 환급 제도’도 “정부가 공기업 돈으로 생색을 낸다”고 비판받는 대표적 정책이다. 고효율 가전제품을 사면 구입가의 10%를 환급해주는 이 사업의 재원 300억원 중 122억원은 한국전력이 내야 한다. 나머지 178억원 역시 정부 예산이 아니라 국민이 낸 전기요금으로 조성한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메운다.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광주광역시는 광주·전남 에너지밸리 투자 기업이 400개를 넘겼다고 13일 발표했다. 2015년 에너지밸리 조성사업이 시작된 지 4년 만에 430개사가 투자해 유치 목표(500개사)의 86%를 달성했다.광주시와 전라남도, 한국전력은 본사 사옥에서 ‘2019년 제2차 에너지밸리 기업투자 협약식’을 열었다.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디엠에스 등 34개 기업이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시는 협약 체결로 702억원의 투자 유치와 511명의 고용 창출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금까지 에너지밸리에 유치한 기업의 누적 투자액은 1조6721억원이고, 고용창출은 1만91명이다.협약식에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과 ‘에너지밸리 기업 연구개발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기업 성장을 위해 공동협력하기로 했다.광주와 나주에 걸친 에너지밸리는 에너지 관련 기업 유치와 에너지 연구개발기관 집적화를 목표로 조성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국내 첫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로 지정돼 에너지 특화기업에 연구개발과 사업화, 우선구매 등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
한국전력이 3분기 기준 2011년 이후 최악의 성적을 냈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 2년 연속 적자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한전은 올해 3분기 매출 15조9122억원, 영업이익 1조2392억원을 기록했다고 13일 공시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3.0%, 영업이익은 11.2% 감소했다. 금융 비용이 늘면서 당기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7372억원)보다 67.3% 급감한 2410억원에 그쳤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동서발전 등 자회사 실적을 감안한 연결재무제표 기준이다. 한전은 여름철 전력 판매가 많은 3분기에 매년 최대 이익을 내왔는데 올해 흑자폭은 2011년 분기 실적을 내기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65%에 그친 원전 이용률작년 4분기부터 이어진 적자 행진은 멈췄지만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다. 증권시장에선 한전이 3분기에 1조6000억원대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했었다.한전은 올 들어 3분기까지 매출 44조2316억원과 영업이익 310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각각 2.7%, 46.5% 줄어든 수치다. 작년 1~3분기 누적 이익(5805억원)보다 2698억원 적다.문제는 한전이 그동안 적자 원인으로 지목해온 국제 연료 가격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점이다. 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 비용 절감액은 작년 동기보다 4614억원 많다. 그럼에도 3분기 수익이 저조한 배경에 대해 한전은 올여름 무더위가 덜하면서 전기 판매량이 감소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3분기 전기 판매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원전 이용률이 낮아진 점도 원인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지난 3분기 원전 이용률은 65.2%였다. 같은 분기 기준으로 2016년 79.7%, 2017년 70.2%, 2018년 73.2%보다 크게 하락했다. 한전 관계자는 “안전 점검에 따른 예방정비일수가 늘면서 가동을 중단한 원전이 증가했다”고 말했다.수년간 적자 지속할 수도전력업계에선 한전이 수년간 적자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올해 대규모 적자는 확실시된다. 한전은 작년에도 3분기에 1조395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연간 실적은 2080억원 적자였다. 전력 수요가 줄어드는 4분기에 7885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지금 상황에선 올해가 작년보다 더 어렵다”며 적자 확대를 시사했다. 한전이 또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2년 연속 주주 배당도 하지 못할 전망이다.한전 내부적으로는 당분간 영업적자 흐름을 반전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 정책 등 영향으로 원전 이용률이 상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등 특례할인은 오히려 급증해서다. 올해 한전이 부담한 정책성 비용만 7조9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보다 연 3조원가량 늘어난 규모다.한전은 적자를 탈출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각종 특례할인 폐지는 물론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실화하긴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에 부정적이어서다. 한전은 이달 말 이사회를 시작으로 전기요금 개편 논의를 본격화한 뒤 내년 상반기 요금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할 방침이다.조재길/구은서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