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015년 철권통치' 마힌다 이어 동생 고타바야 대선 승리
'부활절 테러' 후 민심, 강한 지도자 원해…소수 집단은 '탄압' 우려
이번엔 동생이 대통령…다시 정권 잡은 스리랑카 '독재 가문'
지난 16일 치러진 스리랑카 대통령 선거에서 고타바야 라자팍사(70) 전 국방부 차관이 승리함에 따라 라자팍사 가문이 주도하는 권위주의 정부가 다시 등장하게 됐다.

고타바야는 '스리랑카의 독재자'로 불린 마힌다 라자팍사(74) 전 대통령의 동생이다.

국회의원, 농업부 장관 등을 역임한 D.A. 라자팍사를 아버지로 둔 고타바야는 20년간 복무한 군인 출신이다.

1992년 중령으로 제대한 그는 1998년 미국에 이민을 했다가 2005년 형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귀국했다.

그는 형과 함께 2005∼2015년 철권정치를 주도했다.

대통령이 겸임하는 국방부 장관 아래의 국방부 차관을 맡아 강력하게 군부를 이끌었다.

특히 그는 2009년 수십년간 진행된 스리랑카 정부군과 타밀족 반군 간 내전을 종식하는데 일등공신 노릇을 했다.

당시 두 사람 외 다른 마힌다 대통령 가족도 요직을 싹쓸이하며 스리랑카 정치를 완전히 장악했다.

대통령, 국방차관은 물론 마힌다의 형 차말은 국회의장, 동생 바실은 경제부 장관을 각각 맡았다.

마힌다의 아들인 나말도 국회의원으로 정치 활동을 했다.

다른 이들도 여러 직위에 포진했다.

이번엔 동생이 대통령…다시 정권 잡은 스리랑카 '독재 가문'
라자팍사 가문의 승승장구는 2015년 1월 예상치 못한 마힌다의 3선 실패로 갑자기 막을 내렸다.

당시 마힌다는 임기가 2년 정도 남았음에도 조기 대선을 결정했다.

타밀족 반군과의 내전을 승리로 끝낸 여세를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작 선거에서는 집권당 사무총장에서 범야권 대선 후보로 변신한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전 보건부 장관의 깜짝 돌풍에 밀렸다.

가문의 간판인 마힌다가 대통령에서 물러나면서 라자팍사가의 위상은 많이 축소됐다.

이후 마힌다는 지난해 말 시리세나 대통령과 손잡고 총리로 복귀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채 정치적 혼란만 유발했다.

그런 라자팍사 가문은 지난 4월 '부활절 테러'를 계기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부활절인 4월 21일 콜롬보 시내 성당과 호텔 등 전국 곳곳에서 연쇄적으로 폭탄이 터져 26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스리랑카 정부는 현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용의자로 지목했고, 다수 불교계 싱할라족을 중심으로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 여론이 강해졌다.

고타바야는 이에 지난 8월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고 이번 선거에서도 무난하게 승리를 거뒀다.

이를 계기로 다른 라자팍사 패밀리도 '과거 영화'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마힌다는 내년 초 차기 총리에 도전할 예정이며, 차말은 국회의장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실은 라자팍사 가문이 이끄는 스리랑카인민전선(SLPP)의 재정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포함, 현재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라자팍사 가문 출신은 7명이나 된다.

다만, 라자팍사 가문의 부활은 스리랑카 소수 집단에 대한 탄압, 인권 문제 등에 대한 논란을 다시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고타바야는 내전 종식 과정에서 민간인 학살 의혹 등 여러 인권 탄압 관련 사안에 연루돼 비난받아왔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이나 반군 용의자를 납치해 고문하는 조직을 운영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최근에는 국적 논란에 시달렸다.

미국 시민권자였던 그가 미국 국적을 버리고 스리랑카 국적을 회복하는 과정 등에 결격 사유가 있어 대통령 피선거권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슬람 사회와 소수 타밀족 등에서는 고타바야가 정권을 잡을 경우 자신들에 대한 불법 탄압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 콜롬보 북부 미누완고다에 사는 무슬림 린잔 모힌딘은 이번 선거 직전 가디언에 "고타바야가 승리하면 무슬림 사회에는 아무런 희망이 없게 된다"고 걱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