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번의 테스트…김학범호 '무한경쟁' 펼쳐지는 두바이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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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문제가 생기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갑니다.
아까 그 실수는 골이나 다름없었어요.
"
15일 오후(현지시간)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의 전초전인 두바이컵 친선대회가 열리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샤밥 알아흘리 스타디움.
득점만 없었을 뿐 '리틀 태극전사'들의 경기력은 무난해 보였지만, 김학범 22세 이하 축구 대표팀 감독은 바레인과의 경기 전반전이 끝나자 못마땅하다는 듯 붉게 상기된 표정으로 벤치에서 일어났다.
전반 추가 시간에 나온, 헤딩 선제골을 내줄 뻔한 수비 실수가 문제였다.
전반전 한국 수비가 뚜렷하게 무너진 건 이 한 장면에 불과했지만 김 감독은 그냥 넘어가는 법 없이 선수들을 질책했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태국에서 열릴 AFC U-23 챔피언십은 2020 도쿄 올림픽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올림픽 개최국 일본을 제외하고 3위 안에 들어야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다.
두바이컵은 U-23 챔피언십의 전초전이다.
U-23 챔피언십에서 같은 조에 묶이지 않은 팀들이 각각 4경기씩 치러 우승팀을 결정한다.
김 감독에게 두바이컵에서의 승패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 머릿속 구상을 선수들이 얼마나 정확히 그라운드에 구현해 내는가만이 김 감독의 유일한 관심사다.
경기 뒤 만난 김 감독은 "승패는 상관없지만, 문제가 생기면 확실히 짚고 넘어간다"면서 "전반 추가시간의 그 장면은 골이나 다름없었다.
우리 수비수의 절대적인 실수였다"고 말했다.
이어 "지적된 문제점들이 왜 문제인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이해를 시키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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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전에서는 작은 틈이 실점을 낳고, 그 실점이 모이면 대회 탈락이라는 쓰디쓴 결과로 이어진다.
김 감독의 '수비관'은 보수적이지만, '공격관'은 진보적이다.
몇 번 실패하더라도 모험적으로 시도하는 패스를 좋아한다.
공격으로의 전환은 빠르게, 전진 패스는 과감하게 들어가는 게 김학범식 축구다.
템포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기회가 있을 때 전진패스를 시도하기를 주저한다면, 돌아오는 건 역시 김 감독의 질책뿐이다.
김 감독은 "좀 더 빠른 침투 패스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빼앗기는 건 상관없다.
빼앗겨도 패스를 넣어야 한다.
빼앗기면 다시 뺏으면 되니까"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선수들의 기량을 최종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다.
12월 소집은 U-23 챔피언십을 위한 마무리 여정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가진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 2연전에서 매번 새로운 선발 라인업을 가동하며 폭넓게 선수들을 관찰한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차전, 바레인과의 2차전에서 서로 전혀 다른 선발명단을 내놨다.
누가 김 감독의 머릿속에서 주전으로 분류돼있는지 쉽게 짐작하기 힘들다.
원톱 공격수 후보 오세훈(아산무궁화)의 표현에 따르면 가족처럼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뜨겁게 펼쳐지고 있는 무한경쟁은, 곧 마무리 단계에 들어설 전망이다.
김 감독은 "이제 최종 명단의 전체적인 그림을 맞추는 작업을 할 것"이라면서 "이 두바이컵에서 (최종명단의) 90% 이상이 만들어진다"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U-23 챔피언십엔 23명만 나설 수 있다.
올림픽 최종 엔트리는 18명뿐이다.
그리고 이 중 3명은 와일드카드로 뽑히는 '형들'이다.
두바이컵에 참가 중인 26명 가운데 절반 정도에 불과한 15명만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다.
'최종 명단 만드는 작업이 어렵고 고통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그게 뭐가 어렵나? 그냥 줄이면 되는데"라며 허허 웃었다.
잔인한 말일 수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선수들이 기량을 더 보여주길 바라는 김 감독의 마음이 담겨있다.
최종 엔트리에 들고 싶은 선수들만큼이나, 올림픽 메달을 향한 김 감독의 마음도 간절하다.
김학범호는 이번 대회에서 이라크와의 3차전(17일), UAE와의 4차전(19일) 두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