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IT인간`은 정재홍 기자의 아낌없는 칭찬과 무자비한 비판이 공존하는 솔직 담백한 IT·전자기기 체험기입니다.》

애플이 3세대 블루투스 무선이어폰 `에어팟 프로`를 13일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했습니다. 앞서 출시된 미국에선 249달러였지만 한국에선 물 건너오는 비용이 붙어 32만9,000원에 제품이 나왔습니다. 무선충전 케이스가 제공되는 2세대 에어팟 모델(24만9천원)보다 8만원 정도 비싸게 나온 건데요.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소음차단) ▲ 주변음 허용 모드 ▲ 터치식→감압식 센서 등으로 전작과 차별화했습니다. 에어팟 2세대가 나온 지 7개월 밖에 안됐는데 기존 사용자들은 바꿔야할지 고민이 많을텐데요. 기존 에어팟 모델과 삼성전자의 갤럭시버즈, 뱅앤울룹슨 `베오플레이 E8` 등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지 6가지 사항으로 정리했습니다. 잠깐, 일부 품질에 대해선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임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에어팟 프로` 실사용기…아이폰11 아쉬움 달래줄 6가지 포인트 [홍IT인간]
① 디자인: "못생겼지만 착용감은 뛰어나다"

"와, 대박이다" 에어팟 프로를 귀에 첫 착용했을 때 느낌은 이 한마디로 표현됩니다. 착용했을 때 기존 커널형 이어폰보다 가볍고 답답하지도 않았습니다. 실제 에어팟 프로는 전작(4g)보다 1.4g 무겁지만 갤럭시버즈보다는 0.6g 가볍습니다. 개인적으론 에어팟1·2세대 같은 오픈형 무선이어폰보단 갤럭시버즈와 같은 커널형을 선호하는데요. 귀를 완전히 밀폐시키기 때문에 답답하다는 게 단점이지만 에어팟 프로는 기압을 조절하는 내부 통풍구가 있어 오픈형의 장점을 계승했습니다.

사람이 완벽하지 않듯 제품도 완벽할 수는 없는 건가요. 에어팟 프로, 착용감은 뛰어나지만 못생겼습니다. 제품의 세로길이(30.9mm)는 기존 에어팟(40.5mm)보다 짧아졌는데요. 제품의 가로길이는 기존 16.5mm에서 21.8mm로 길어지면서 전작보다 귀 옆으로 더 튀어나오게 됩니다. 익숙한 모습이 아니어서 일까요. 귀에 이어폰이 아닌 다른 제품을 붙여놓은 인상입니다.

세로길이가 짧아진 탓에 감압식 센서를 손으로 작동하기 불편합니다. 오래 사용한다면 적응이 되겠지만 처음엔 센서 위치를 잡기 쉽지 않았습니다. 대신 잘 빠지진 않습니다. 애플은 제품 내부 구조를 점점 가늘게 설계해 빠지지 않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는데요. 한 번 빠져보라고 방방 뛰어도 봤지만 실패했습니다. 애플답지 않게 이번엔 이어팁도 대·중·소 3가지를 기본으로 제공합니다.
`에어팟 프로` 실사용기…아이폰11 아쉬움 달래줄 6가지 포인트 [홍IT인간]
< 사진: `에어팟 프로`를 착용한 모습 >



② 노이즈 캔슬링(소음차단): "소음이 너무 안 들려 위험한 수준"

애플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이라는 이름으로 소음차단 기능을 자랑했습니다. 외부 잡음을 감지한 내장된 마이크가 정반대 파형의 소리를 발생시켜 소음을 중화시킨다는 건데요. 만원 지하철에서도 마치 순간 진공관에 들어간 듯 한 느낌을 줍니다. 45만원 상당의 뱅앤울룹슨 `베오플레이E8 2.0`과 비교했을 때 단순히 소음차단 면에서는 에어팟 프로가 나았습니다.

이 기능은 음악이 나오지 않아도 주변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기 때문에 다소 위험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음악까지 나오면 예전 `고요 속의 외침` TV프로그램처럼 옆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들리지 않습니다. 자가용이나 자전거를 타면서 이용할 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③ 주변음 허용(소음허용): 무선이어폰 끼운 걸 잊어버렸습니다

노이즈 캔슬링 보다 더 뛰어났던 건 `주변음 허용`기능입니다. 기기 하단 감압식 센서를 길게 누르면 조정이 가능한데, 막힌 귀가 뚫리는 기분입니다. 대다수 커널형 무선이어폰이 센서에 손가락을 대고 있거나 한 번의 터치로 주변음 허용 모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장착된 마이크가 주변 소음을 들려주는 기능이죠. 에어팟 프로도 비슷한 형태지만 내부 압력밸브가 있는 덕에 귀에 뭔가를 낀 느낌이 덜합니다.

최근 무선이어폰 사용자가 늘면서 일부 카페에서는 무선이어폰을 뺀 채로 주문을 해달라는 안내문도 붙는다고 하죠. 주변음 허용 모드로 이어폰을 아예 빼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을 거란 생각입니다. `바스락바스락`거리는 소리까지 미세하게 잡아낸다는 점에서 오히려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은 것보다 더 잘 들립니다. 헷갈리는 직장 상사의 지시도 명확하게 들리는 수준이죠. 베오플레이E8 2.0 주변음 허용 모드도 제값을 하지만 상대적으로 에어팟 프로가 실제 소리와 유사하게 들렸습니다.
`에어팟 프로` 실사용기…아이폰11 아쉬움 달래줄 6가지 포인트 [홍IT인간]
< 사진: 에어팟 프로(좌) 에어팟1(우) >

④ 통화품질: 갤럭시버즈보단 낫다..기존 에어팟과는 차이 없어

통화품질은 에어팟 1세대와 에어팟 2세대, 갤럭시버즈와 비교해서 들어봤습니다. 14일 오후 비가 오는 도로 근처에서 차례로 전화를 걸어 품질을 확인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에어팟 프로의 통화품질은 갤럭시버즈보다 낫지만 에어팟1·2세대와 비슷한 수준입니다.(영상으로 확인해주세요)

잡음이 많은 환경에서 갤럭시버즈는 통화음 자체가 전달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수신자는 알아듣기 힘든 제 목소리를 들어야했죠. 커널형 무선이어폰의 경우 보통 둥근 형태로 귀를 막고 있고 마이크도 그 안에 내장돼 있기 때문에 마이크가 분리돼 있는 유선 이어폰보다 통화품질이 떨어집니다. 계속해서 "뭐라고 했어?"라는 질문을 받아야는 것이죠.

커널형 무선이어폰인 에어팟 프로도 그런 점에서 통화 품질에 한계가 있습니다. 주변소음을 차단하는 기능이 있어 듣는 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마이크가 달려 있는 제품 줄기가 전작보다 짧아지면서 목소리 전달에 한계는 있어 보입니다. 다만 마이크 수음부 면적이 넓어져 전체적인 품질은 에어팟 1세대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⑤ 골진동: 음악 안들어도 머리가 울리지 않는다

음악을 켜지 않은 채 커널형 무선이어폰을 끼우고 움직이면 내 발 소리가 유독 크게 울립니다. 몸의 진동이 귀로 빠져나가지 못해 발생하는 `골진동`현상인데요. 음악을 들을 땐 상관없지만 음악을 켜지 않고 끼운 채 돌아다니면 머리가 너무 울려 빼놓아야만 했습니다.

아예 없진 않지만 에어팟 프로는 다른 커널형 무선이어폰보다 골진동이 덜했습니다. 주변음 허용을 켜놓으면 귀에 꽂고 턱을 움직여도 머리가 울리지 않았습니다. 소음차단 기능을 켜놓아도 골진동이 다른 무선이어폰보다 덜하다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⑥ 안드로이드 호환: 노이즈 캔슬은 손으로만 가능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연동도 가능합니다. 제 갤럭시 스마트폰에서도 원활하게 페어링이 됐고, 음악 재생까지 문제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 생태계 사용자가 아니라면 감흥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전용 앱을 별도로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죠.(이건 기존 에어팟도 마찬가지여서 `팟드로이드`같은 변종 앱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초기 설정을 하면 안드로이드에서 그 설정값을 받아들이는데요. 그 이후엔 애플 기기 없이도 감압식 센서를 통해 손으로 노이즈 캔슬링(소음차단), 주변음 허용 모드 등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32만원대 에어팟 프로. 누군가는 이 품질에 최고의 가성비라고, 다른 누군가는 비싸서 못 쓰겠다고도 말합니다. 에어팟 2세대를 쓰는 소비자라면 음질 자체는 크게 변한 게 없어 또 비싼 돈을 주고 살 이유는 크지 않아 보입니다. 중·저주파를 미세하게 다듬었다고는 하지만 음질면에선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다만 `노이즈 캔슬링(소음차단)`을 제공하는 `소니 WF-1000XM3`을 비롯한 제품들이 20~4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개인적으론 비싼 만큼 제값하는 제품이라고 봅니다. 대체적으로 소비자들은 애플이 간만에 `프로`다운 실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정재홍기자 jhje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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