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뒷말…"터키주장 15분간 전세계에 여과없이 전파한 꼴"
"에르도안 또 트럼프 농락"…백악관, 터키홍보처 전락 논란
미국과 터키의 정상회담이 터키가 백악관을 자국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는 뒷말이 쏟아졌다.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회담이 끝난 뒤 "에르도안이 트럼프를 또 이용해먹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정상회담과 기자회견을 터키의 주장을 홍보할 플랫폼으로 삼아 여과되지 않은 일방적 견해를 지구촌 구석구석에 전파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중계되는 백악관 집무실 카메라 앞에서 쿠르드 민병대(YPG)의 폭탄 공격으로 시리아의 한 마을에서 13명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며 이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터키는 쿠르드족이 테러집단의 온상이라고 주장하며, 쿠르드족이 장악한 시리아 북부에 대한 최근 침공에도 이를 근거로 대테러작전이라는 명분을 부여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이 쿠르드 민병대에 대한 지원을 즉각 중단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오스만제국이 1915∼1923년 아르메니아인 150만명을 죽인 역사를 '제노사이드'(genocide·종족 집단학살)로 인정하는 결의안을 미국 하원이 통과한 점을 수치스러운 조치로 비방하며 상원에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터키 언론인인 라집 소울루는 자기 트위터를 통해 에르도안이 백악관을 제대로 이용했다고 진단했다.

소울루는 "언론에서 계속 두들겨 맞던 에르도안이 백악관에서 자기 정부 입장을 변론할 수단을 얻은 데 대해 틀림없이 만족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는 에르도안의 홍보전략 승리이고 전 세계의 TV가 그의 발언을 15분 동안 여과없이 방송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과 터키가 갈등을 빚고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싫은 소리를 거의 듣지 않았다.

터키는 동맹국들과 조율없이 시리아 북동부를 무단으로 침공해 군사작전을 벌이고 나토 동맹국임에도 서방 무기를 제압하는 러시아제 미사일방어체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반정부 성향 언론인을 구금하는 등 인권, 법치와 같은 서방의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특히 터키 정부는 시리아 침공 과정에서 민간인에게 '악마의 무기'로 불리며 전쟁에서 금지된 백린탄을 사용한 의혹, 시리아 내 추종 세력들을 통해 수감자를 즉결 처형하거나 어린이와 여성을 표적 삼아 공격하는 전쟁범죄를 저지른 의혹도 사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한 언급보다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데 대부분의 발언을 할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는 훌륭한 나토 동맹이며,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라며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휴전을 결정한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포린폴리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의 러시아 S-400 미사일 방공체계를 저지하지 못한 것을 비롯해 이번 정상회담을 빈손으로 마쳤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터키가 S-400 같은 러시아의 정교한 군사장비를 도입하는 것은 우리(미국)에게 매우 심각한 도전"이라며 "우리는 끊임없이 이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고 상황을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