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에서 부정선거 논란으로 대통령직을 사임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멕시코로 망명하자 한 야당 상원의원이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섰다.

AP통신에 따르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멕시코 공군 항공기를 타고 망명지인 멕시코에 도착했다.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에 내린 그는 기자들과 만나 “나는 지난달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쿠데타가 일어나 축출됐다”며 “살아 있는 한 정치를 계속하고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2006년 볼리비아의 첫 원주민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대통령 연임 제한 규정을 바꾸고 14년 가까이 집권했다. 지난달 4선 연임에 도전했다가 대선 개표 부정 의혹이 불거지면서 퇴진 압력이 거세지자 이달 10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날 볼리비아 우파 야당 민주사회주의운동 소속 자니네 아녜스 상원 부의장(사진)은 공석인 상원 의장직을 승계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자임했다. 볼리비아에선 대통령 유고 시 부통령, 상원의장, 하원의장 순으로 대통령 권한을 이어받게 돼 있는데 이들은 모두 모랄레스 사퇴 전후로 물러났다. 아녜스 부의장은 “즉시 대통령으로 취임할 것”이라며 “최대한 빨리 대통령 선거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볼리비아 의회는 당초 이날 아녜스 부의장의 대통령직 승계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다수 여당 사회주의운동(MAS) 의원들이 출석하지 않아 의사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아녜스 부의장은 여당 의원들 없이 대통령 권한대행에 스스로 올랐다. 볼리비아 헌법재판소도 아녜스 부의장의 취임을 지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아녜스 부의장을 향해 “역사상 가장 비열한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