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주거·직장·연금 등에서 차별 경험
"응급실에서 생사의 기로에 선 파트너의 보호자가 될 수 없어 가족이 올 때까지 조치를 미뤄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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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부부는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을 받지 못해 둘이 살기에는 턱없이 좁은 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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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혼인 관계로 인정받지 못하는 국내의 성소수자들이 의료·주거·직장·연금 등의 영역에서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성소수자가족구성권보장을위한네트워크(가구넷)가 올해 6월 한달간 동성 파트너와 동거 중인 성소수자 3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파트너의 수술 또는 입원으로 병원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81.8%가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입원(63.4%) 또는 수술 동의(56.9%) 시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주거와 관련해서는 응답자 51.6%가 '주택자금을 공동 분담했다'고 응답했으나 이들 중 76.2%는 주택을 공동명의로 할 수 없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법적 부부의 범위에서 배제돼 공동명의 대출이 불가능하고, 대출 한도와 이자 등 대출 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점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법적 배우자나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해 직장에서 겪는 차별(중복응답)로는 '연말정산 소득공제에서의 불이익'(66.7%), '경조사 휴가·비용에서의 불이익'(51.1%), '가족수당 미지급'(37.4%) 등이 있었다.

그 외에도 이성 커플과는 달리 본인 또는 파트너가 건강보험상 직장가입자여도 피부양자로 인정받을 수 없고, 장례를 치르거나 상속권을 주장하기 어려운 등 가족구성권에서 배제당하고 있다는 응답이 뚜렷이 나타났다.

성소수자 1천56명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가 성소수자의 가족구성권을 인정할 것을 촉구하는 집단 진정을 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했다.

이들은 같은 날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지붕아래 한 이불 덮으며 한 상에 같이 밥을 먹고 몇십년을 지내도 단지 법적 가족이 아니란 이유 하나로 '가족'이라 명시된 모든 것에서 제외된다"며 "국가와 사회가 성소수자를 위한 기본적인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