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불법의 고리 끊어야 한다"…재선의원 "통과시 의원직 총사퇴 당론으로"
"입이 열개라도 '공정' 말할 수 없을 것"…文정권 자평에 비판
한국당 "패스트트랙 불법"…'의원직 총사퇴' 거론하며 대여압박(종합)
자유한국당은 12일 '의원직 총사퇴'를 거론하며 여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박덕흠 의원을 비롯한 한국당 재선의원들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찬간담회를 갖고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 시 의원직 총사퇴를 당론으로 할 것을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에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의회민주주의를 복원한다는 차원에서도 불법의 연결고리를 반드시 끊겠다"며 "그 일환으로 가능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때 의원직 총사퇴에 대해 "실효적 카드가 아니다"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힌 나 원내대표가 재선의원들의 요구에 호응한 모양새로, 더불어민주당의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강행 시 한국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한국당은 그동안 패스트트랙 자체가 불법이고 무효라고 주장해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도 "패스트트랙은 불법 사보임으로 인해 의결된 것으로 이제는 불법적인 부의마저 하려고 하는데 불법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며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검찰개혁 법안을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지만, 불법의 고리를 끊지 않고 기정사실로 한 다음 절차를 이어가겠다는 부분은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이 이들 법안에 대해 야당과의 합의점을 찾기보다 패스트트랙 자체의 불법성을 강조하는 것은 실제로 이 법안이 본 회의에 상정돼 표 대결로 갈 경우 한국당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제 개혁 법안은 오는 27일, 검찰개혁 법안은 내달 3일 각각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이다.

원론적으로는 민주당(128석)이 정의당(6석), 평화당(4석), 대안신당 소속 의원(9석)에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과 진보 성향 무소속 의원들의 표를 모을 수 있다면 한국당을 제외하더라도 이들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아예 패스트트랙 법안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여당이 다른 야당과의 공조를 통해 이들 법안을 통과시키도록 한 뒤 일방적인 처리를 비판하며 총공세를 펼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의원직 총사퇴'는 정치권에서 곧잘 내놓는 카드지만 실제 사퇴로 이어진 것은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회담 당시 민중당 소속 8명의 집단사퇴가 유일하다.

1979년에는 신민당 소속 의원 66명이 당시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의원직 제명에 항의해 사퇴서를 제출했지만 사퇴서가 반려됐고, 1990년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총재였던 평민당 의원과 민주당 의원 79명이 사퇴서를 제출했지만 흐지부지됐다.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경우 1998년 김대중 정부의 '표적사정론'을 주장하며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지만 결국 실행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탄핵안 부결 시 의원직 총사퇴'라는 배수진을 쳤고, 바른정당은 2017년 탄핵심판 때 탄핵 기각 시 의원직을 총사퇴하겠다고 했지만 조건이 성립되지 않아 무위에 그쳤다.

한편 한국당은 이날도 문재인 정부의 전반기 국정운영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언급한 집권 전반기 평가 및 후반기 국정 구상에 대해 "역시나 현실 부정, 책임 회피, 공허한 약속뿐이었다.

잘못한 것을 잘한 것으로 포장하기에 바빴다"며 "끝내 반성하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에서 남은 2년 반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경심 교수 공소장을 읽고도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사회의 전 영역으로 확산시켜나가고 있다고 자평할 수 있나"라며 "더이상 국민을 속이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기소 내용을 보고도 '공정'을 대통령이 말할 수 있나.

입이 열 개라도 '공정'이라는 말을 하실 수 없다"고 비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