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액체 화물 굳어 안전상 문제, 갑판·인접 탱크 대상 감식
감식 결과 2주 결려…해경, 선장·선원 과실 여부도 수사 중
울산 폭발·화재 선박 합동 감식…"사고 탱크는 진입 못 해"
울산시 동구 염포부두에서 폭발·화재가 난 석유제품운반선에서 12일 해경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사고 발생 한 달 반 만에 현장 합동 감식을 벌였다.

감식에는 울산해경, 울산 동부소방서, 국과수,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가스감정연구원, 중앙해양안전심판원,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 등 기관에서 20여 명이 참여했다.

감식은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사고 선박인 석유제품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서 이뤄졌다.

합동 감식팀은 선사 측 안전관리자 안내를 받으며 선박에 진입,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9번 화물 탱크를 확인했다.

또 9번 탱크 주변 갑판, 인접한 다른 화물 탱크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9번 탱크에는 내부에 실려 있던 화물 '스티렌 모노머'(SM, Styrene Monomer)가 폭발로 인해 일부 굳어 고체화된 상태다.

유해 가스가 발생할 수도 있어 안전상 사람이 탱크 내부로 진입해 감식하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 한 관계자는 "고체화된 화물을 처리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탱크엔 들어갈 수 없어 주변 갑판과 인접 탱크를 대상으로 감식을 했다"고 설명했다.

감식 결과가 나오는 데는 2주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울산 폭발·화재 선박 합동 감식…"사고 탱크는 진입 못 해"
현재 해경은 9번 탱크에 실린 스티렌 모노머의 온도 상승 이후 중합반응에 의해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사고 원인을 추정하고 있다.

중합은 분자가 결합해 더 큰 분자량을 가진 화합물이 되는 것으로, 이때 열과 압력이 상승한다.

스티렌 모노머는 중합 반응이 비교적 잘 일어나는 물질로 알려져 적재 시 중합 금지제가 투입된다.

이에 해경은 선박 관계자들의 과실이 있었는지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폭발 전 9번 탱크의 온도가 상승했을 때 선박 총 책임자인 선장과 화물 관리자인 일등 항해사 등이 이를 인지하고 제대로 관리했는지를 수사하는 것이다.

해경 관계자는 "선장·선원에 대한 수사와 그동안 수집한 각종 증거, 현장 감식 결과 등을 종합해 사고 경위를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9월 28일 오전 10시 51분께 염포부두에 정박해 있던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인근 다른 석유제품 운반선까지 화염이 미쳤다.

두 배에서 외국인 선원 46명이 모두 구조됐으나, 선원과 하역사 직원, 소방관, 해양경찰관 등 18명이 다쳤다.

사고 선박에는 2만5천여t의 위험 액체 화물이 남아 화물이 다른 선박으로 모두 옮겨지기 전까지 현장 합동 감식이 미뤄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