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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힘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지식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금융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금융투자상품이 계속해서 복잡해지고, 수익에 영향을 주는 변수도 급변하기 때문에 금융투자 지식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반대의견 경청 안 하면 낭패…금융투자도 '앵커링 효과' 경계하라
문제는 그런 지식을 충분히 갖추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게다가 지식을 얻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란 점이 투자자들을 더 힘들게 한다. 금융투자에서 사람들은 아는 만큼 실천하지 않는다. 아는 것 따로, 실천 따로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 이유로 심리적 편향을 들 수 있다. 사람들이 가진 고유한 심리적 특성이 편향된 투자행동을 유도한다. 최신 편향은 최근에 얻은 정보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다. 이 편향 탓에 최근에 알게 된 상품을 더 선호하게 되고, 그로 인해 투자 결정이 왜곡될 수 있다.

금융회사 판매직원이 “이번에 새로 나온 상품인데 수익률이 좋아요”라고 추천하면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 상품이 어디에 투자하고, 원금 손실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를 꼼꼼하게 따지기보다 ‘새것이라니까 좋겠지’라는 생각에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결정을 내린다.

공돈 효과는 쉽게 얻은 수익을 공돈으로 느껴 상대적으로 쉽게 써버리는 현상이다. 금융투자에서는 이전 투자 결과가 공돈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전 투자에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수익을 봤다면, 이번 투자를 결정할 때 원금 손실 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누그러진다. ‘지난번에도 잘됐으니 이번에도 잘되겠지’라며 위험을 과소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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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분 효과는 수익이 난 주식은 서둘러 매도하고, 손실이 난 주식은 과도하게 오래 보유하는 성향이다. 수익은 어서 빨리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고, 손실 확정은 가능하면 미루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실패를 통해 배움으로써 처분 효과의 강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에서 처분 효과가 강한 사람은 수익이 난 주식을 빨리 매도해서 추가 수익의 기회가 사라지고, 손실이 난 주식을 너무 오래 보유해서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그 사람은 처분 효과를 경계하게 되고 자연스레 그 강도가 약해진다.

앵커링 효과에서 앵커는 배의 닻이다. 배가 닻을 내리면 배와 닻을 연결한 밧줄의 길이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앵커링 효과는 사람의 머릿속에 특정한 수치나 이미지를 심으면 그것이 닻과 밧줄의 역할을 하게 돼 사람의 판단이 제한되는 것을 말한다.

의사결정 직전에 어떤 수치를 듣게 되면 그것이 판단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투자자가 주식 매매 시점을 결정할 때 앵커링 효과의 영향을 받으면 특정 기준점에 얽매이게 된다.

앵커링 효과는 여러 실험 연구에서 확인된다. 중고차 적정 가격을 예상하는데 앵커링 효과가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한 독일의 한 연구를 보자. 이 연구는 자동차 전문가 60명을 네 개 그룹으로 나눠 실험했다. 이 전문가들에게 판매된 지 10년 된 주행거리 16만㎞ 중고차를 개별적으로 보여주고 각자가 생각하는 적정 가격을 조사했다.

중고차 소유자로 가장한 연구자가 전문가 30명에겐 “내 생각엔 5000마르크가 적정하다”고 말하고, 나머지 전문가 30명에겐 자신의 적정 가격으로 2800마르크를 제시했다. 전자는 판단의 기준점이 높게(5000마르크) 설정되고 후자는 낮게(2800마르크) 설정된 셈이다.

전자의 30명을 각각 15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두 번째 그룹에는 “어제 내 친구가 이 차를 보더니 5000마르크는 너무 비싸다고 하더라”는 말을 했다. 후자의 30명도 마찬가지로 15명씩 나누고 한 그룹에만 “2800마르크는 너무 싸다”는 친구의 말을 전했다.

조사 결과 친구의 반박 의견을 듣지 않은 전문가 중 기준점이 높게 설정된 사람들은 적정 가격으로 평균 3563마르크를, 기준점이 낮게 설정된 사람들은 2520마르크를 제시했다. 기준점이 높게 설정되면 적정 가격이 1043마르크 높아지는 앵커링 효과가 확인됐다.

친구의 반박 의견을 들은 전문가들도 기준점이 높은 사람들(3130마르크)이 낮은 사람들(2783마르크)보다 적정 가격이 높았다. 다만 반박 의견 때문에 그 차이가 347마르크로 크게 줄었다. 앵커링 효과의 영향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반대 의견이나 정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심리적 편향을 경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