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미·중 무역합의 서명, 내년까지 늦춰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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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조용했습니다.
‘12월부터 737맥스 인도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한 보잉과 사모펀드 KKR이 인수 의사를 밝힌 월그린이 각각 4~5% 급등해 다우만 0.04% 올랐을 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20%, 나스닥은 0.13% 소폭 하락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8일 “관세 철회에 합의하지 않았다”는 발언으로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 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은 내일 트럼프의 발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뉴욕에서 베테랑스데이 퍼레이드에 참여한 트럼프 대통령은 내일 낮 12시(한국 시간 13일 새벽 2시) 이코노믹클럽오브뉴욕에서 주최하는 오찬에서 연설에 나섭니다.
경제가 주제가 될 것이고, 참석자들의 질문도 받습니다. 월가가 있는 뉴욕에서의 연설이어서 무역협상 관련 얘기가 핵심일텐데, 어떤 발언을 내놓을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에도 “위대한 딜이 아니면 합의 하지 않겠다. 우리는 언제나 관세를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계속해서 강도높게 중국을 압박할 경우, 뉴욕 증시는 양국이 정말 서명을 할 때까지는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중국 류허 부총리를 만나 “상당한 수준의 1단계 무역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한 게 지난달 11일이니 벌써 한 달이 흘렀습니다. 만약 칠레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1월16~17일)를 취소하지 않았다면 이번 주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만나 서명했을 지도 모릅니다.
월가는 당초부터 합의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내용도 별로 없고, 그냥 서명식만 해도 더 이상 추가 관세 부과 등 양국간 긴장이 고조되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기대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서명마저 차일피일 늦춰지자 조금씩 지쳐가고 있습니다.
월가의 한 펀드매니저는 “1단계 합의 서명이 계속 연기되고 늦춰져 내년까지 계속 이런 식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또 “투자자들이 지쳐가고 있는데 결국 서명하고 나면 별 내용이 없기 때문에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증시 격언처럼 시장이 하락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말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월가는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날 변동성지수(VIX)에 대한 매도포지션은 기록을 세웠고, 금 값도 기술적 지지선 부근인 온스당 1450달러대까지 하락했습니다. 그것도 역상관관계가 높은 달러화가 하락했는데도 떨어졌습니다. 또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13일이 시한인 수입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을 추가로 6개월 연장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번주 발표할 예정입니다.
월가에선 지금 유럽연합(EU)과 관세전쟁을 시작해선 내년 대선때까지 끝내기 어렵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해 왔는데, 보도가 맞다면 관측도 맞는 겁니다.
내년 대선에 모든 걸 걸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협상을 망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아직은 유효한 듯 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