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특혜 없어지면 막대한 피해…농민 보호 대책 마련해야"

농업인의 날인 11일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규탄하는 집회가 전국에서 잇따랐다.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철회하라" 농업인 날 맞아 전국서 집회
농민 단체들은 향후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가 없어질 경우 농업계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개도국 포기 선언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이날 오전 나주와 화순, 영암, 순천 등 전남 시군별로 기자회견을 열고 "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한 것은 농업 포기 선언"이라며 "지위 포기 방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정부가 지위 포기를 선언하며 공익형 직불금을 대책으로 내놨지만, 이는 기존에 논의하던 정책"이라며 "오히려 당초 취지와 다르게 쌀농사를 인위적으로 짓지 못하게 하는 반(反) 농업적 정책이 됐다"고 비판했다.

전농 전북도연맹도 이날 정읍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언한 정부를 규탄했다.

상복을 입은 농민들은 결의문을 통해 "농민들은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자식 같은 농산물을 갈아엎으면서도 참아왔다"며 "개도국 지위 포기선언을 계기로 우리는 촛불 이전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날을 세웠다.

농민들은 "이제 우리 농민들도 참을 만큼 참았다"며 "이 트랙터들을 희망이 없는 논밭 갈이에 쓸 게 아니라 적폐에 뒤덮인 농정과 세상을 갈아엎는 데 쓰겠다"고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철회하라" 농업인 날 맞아 전국서 집회
집회를 마친 농민들은 'WTO 농업 개도국 지위 포기'라고 쓰인 상여에 불을 지르는 퍼포먼스를 하며 정부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전농 부산·경남연맹은 이날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WTO 개도국 지위 포기는 제2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직불제 개정에 반대하며 "변동직불제를 폐기한 뒤 도입될 공익형 직불제가 농민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지 확신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기존 변동직불제는 목표가를 정해놓고 못 미칠 경우 보전해주던 방식이라면 공익형 직불제는 목표가에 상관없이 면적당 일정액을 보전하는 제도다.

농민들은 "공익형 직불제는 예산 편성에 따라 농민들에게 지급되는 보전액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철회하라" 농업인 날 맞아 전국서 집회
전농 강원·충남도·충북도 연맹도 이날 잇따라 성명을 내고 "한국농업이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징표는 어디에도 없다"며 "문재인 정부가 일방적으로 선언한 농업 분야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은 원천무효"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미래 WTO 협상부터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우리가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더라도 이는 미래 WTO 협상부터 적용되는 것이기에 새로운 협상이 시작돼 타결되기 전까지는 기존 협상을 통해 이미 확보한 특혜는 변동 없이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1995년 WTO 가입 시 개도국임을 주장했지만,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 외에는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 특혜를 인정받음에 따라 그간 관세 및 보조금 감축률과 이행 기간 등에서 선진국과 비교할 때 혜택을 누려왔다.

(손상원, 양영석, 양지웅, 이승민, 이승형, 정경재, 천정인, 한지은 기자)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철회하라" 농업인 날 맞아 전국서 집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