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특사 차석, 정부 내 보고서에서 지적…"터키, 인종청소 의도"
"공직자들이 왜 막지 않았나 역사적 질문 당면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북동부 철군 결정에 관한 정부 내 반발과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 국무부의 시리아 담당 차석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시리아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한 메모 형식 보고서가 공개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윌리엄 로벅 시리아 담당 특사보(補)가 지난달 말 직속 상관 제임스 제프리 특사와 국무부, 백악관, 국방부에 보고한 메모 사본을 입수해 7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보도했다.

"美, 터키의 '쿠르드 침공' 방치"…국무부 내부서 통렬 비판
로벅 특사 대리는 3천200자 분량의 메모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터키군의 시리아 쿠르드 공격을 막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돌연 시리아 북동부 미군의 철수 결정을 내렸고 이에 따라 터키는 국경을 넘어 시리아 북부에서 군사작전을 전개할 수 있었다.

시리아 미군은 쿠르드 민병대와 함께 시리아에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벌였고, 시리아 내 친(親)이란 세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로벅 특사보는 시리아 철군 결정에 대해 "정답이 아니"며 "우리가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답을 모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은 시리아 북부 지역에 대한 외교정책을 뒤집으며 시리아계 쿠르드군을 버렸고, IS가 재기할 가능성도 열어줬다"며 "이 지역의 정치·군사적 혼란은 피비린내 나는 시리아내전과 비교하면 부차적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재앙 수준의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美, 터키의 '쿠르드 침공' 방치"…국무부 내부서 통렬 비판
로벅 특사보는 무엇보다 미국의 철군은 터키군의 지원을 받는 무장조직이 쿠르드족을 상대로 '전쟁범죄와 인종청소'를 자행할 터를 열어줬다고 통탄했다.

그는 "터키가 무장한 이슬람 단체를 고용해 침공의 선봉에 앞세운 것은 쿠르드족 인종청소의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언젠가 외교사가 쓰인다면, 사람들은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고, 왜 외교관들이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을 못 했는지 궁금해할 것"이라며 "터키는 정당한 이유 없이 민간인 200명을 죽이고, 10만명이 넘는 난민을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제프리 특사와 로벅 특사보 모두 이 메모에 관한 NYT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로벅 특사 대리의 보고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하면서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미국은 터키의 행동을 강력히 반대해왔다"며 "미국은 터키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제외하고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