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열린 한미 민관합동 경제포럼서 강도 높게 비판
동아태 부차관보 "美 인도·태평양 전략, 중국 견제 아닌 대안 제시"

방한 중인 키이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안보·환경담당 차관은 7일 중국이 경제 대국임에도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크라크 차관은 이날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차 한미 민관합동 경제포럼에서 "우리는 수년 전 세계무역기구(WT0)와 다른 국제기구에서 중국 측이 시장 개혁을 채택하고 기구들의 규정을 준수하기를 독려했지만, 중국은 도무지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국을 우리 희망대로가 아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우리는 중국에 대해 색다른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세계무역기구(WTO) 농업 부문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한 한국과 달리 중국이 지위를 고수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최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로 존재감을 과시하며 미국을 향해 공세 수위를 높이는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도 읽힌다.

마크 내퍼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는 이날 포럼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아닌 중국에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대일로'는 중국 주도로 아시아, 유럽, 남미 등 세계의 무역·교통망을 연결해 거대 경제권을 구축하려는 구상이다.

내퍼 부차관보는 "지금 중국에는 국가 지원받는 개발 사업이 많다"면서 "우리는 중국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세안 지역에도 투명하지 않은 관행이 많다"면서 "투명하게 거래하는 미국, 한국 등의 모범적인 사례가 아세안에도 더 바람직한, 성공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퍼 부차관보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지난 수십년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뒷받침한 가치들에 바탕을 둔 구상"이라면서 "이런 노력은 최고위층, 즉 국무부 장관과 대통령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미측은) 이를 계속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한미 민관합동 경제포럼은조 외교부와 미 국무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함께 개최한 행사로, 경제협력 현황을 점검하고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과 미 인도·태평양 전략의 연계 방안 등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전날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4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를 위해 방한한 미 정부 대표단 등 한미 양국에서 200여 명이 포럼에 참석했다.

행사는 이태호 외교부 2차관과 키이스 크라크하 미 국무부 경제차관 기조연설에 이어 ▲ 한미경제관계 현황 ▲ 아세안 지역 한미협력 방안 ▲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 3개 세션 토의로 진행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