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왼쪽)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함께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왼쪽)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함께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가 취임 후 두 번째로 5일 한국을 방문,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을 시사했다. 한국과의 파트너 관계를 강조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재고도 에둘러 압박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날 오후 7시50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에게 “한국은 미국의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강력한 기여자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6월 취임 후 두 번째 방한”이라며 “이번 방문에서 한국 정부와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고 한·미 동맹을 다시 한번 굳건히 하며 평화와 안보를 위한 주춧돌을 마련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태국 방콕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했을 때 논의한 주요 주제가 국가 개발이었다”며 “한국은 정말 훌륭한 예”라고 말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과거 미국은 한국에 도움을 줬고, 한국은 이를 통해 스스로 다시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함께 VIP 통로로 공항을 빠져 나갔다.

스틸웰 차관보의 발언은 “이제 기여자로 성장했으니 일정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와 같다.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에서 미국은 ‘동맹 기여’ 확대 논리를 내세워 50억달러(약 6조원) 상당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은 미국의 좋은 파트너가 됐으며 내일(6일) 열릴 여러 회의에서 생산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언급, 한·미 간 안보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청와대 고위 당국자 등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전략 간 협력을 통해 자국 안보전략에 한국이 적극 나서야 함을 역설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측 협상 수석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협상대표도 이날 방한했다. 드하트 대표는 3박4일의 방한 기간에 한국 측 수석대표인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 대사와 비공식 만찬을 하고 국회와 주한미군 및 언론계 관계자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드하트 대표가 정식 회의와는 별도로 방위비 협상 관례상 이례적으로 한국을 찾은 것을 두고 한국의 여론을 살피는 등 협상에 속도를 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