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년 전, 그리고 32년 전에 쓰인 사랑의 모습…'모리스'
오는 7일 개봉하는 영화 '모리스'는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E.M. 포스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20세기 초 엄격한 분위기의 영국 사회에서는 금기였던 두 남성의 사랑을 다룬 까닭에 E.M. 포스터는 이 소설 집필을 마친 후 "내가 죽거나 영국이 죽기 전에는 출간할 수 없다"고 했다.

소설 '모리스'는 E.M 포스터 사후인 1971년에야 출간됐다.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은 1914년 완성된 이 소설을 바탕으로 73년만인 1987년에 영화 '모리스'를 탄생시켰고, 이 영화는 만들어진 지 32년 뒤에 한국 관객에게 정식으로 선보이게 됐다.

105년 전, 그리고 32년 전에 쓰인 사랑의 모습…'모리스'
케임브리지 대학 2학년생인 모리스(제임스 윌비 분)는 어느 날 우연히 3학년인 클라이브(휴 그랜트)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경직되고 낡은 관념의 대학 생활 속에서 서로에게 해방감을 주며 가까워지고, 우정은 곧 사랑으로 변해간다.

모리스는 클라이브와 보내는 시간에 빠져 정학 처분을 받게 되고, 학교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한다.

이처럼 클라이브와의 사랑이 모리스에게는 모든 것이 돼 가지만, 클라이브는 모든 것을 잃는 것이 두렵다.

105년 전, 그리고 32년 전에 쓰인 사랑의 모습…'모리스'
친구이자 정계 유력 인사가 동성과 관련된 추문으로 추락하자 두려움이 커진 클라이브는 모리스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아직 클라이브에 대한 감정이 남은 모리스는 그와의 이별을 극복하기 위해 안타까울 정도로 노력한다.

영화는 이룰 수 없고 드러내놓을 수 없는 두 청년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리는 데 집중한다.

사회와 관습 등에 가로막힌 동성 연인의 사랑과 갈등이라는, 2019년의 관객들에게는 익숙할 수도 있는 주제가 마음속으로 파고들 수 있는 이유는 사랑에 빠진 모습을 표현하는 두 배우의 호연과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섬세한 연출 덕분이다.

케임브리지의 엄숙한 분위기와 대비되는 두 사람의 사랑, 마지막 장면에서 창문을 하나씩 닫으며 모리스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클라이브를 표현한 장면들은 영화의 여운을 길게 남긴다.

호연을 펼친 제임스 윌비와 휴 그랜트는 제44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공동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105년 전, 그리고 32년 전에 쓰인 사랑의 모습…'모리스'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이 각본, 각색, 제작에 참여한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8)과 비교되기도 하지만, 분명 결이 다른 느낌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주인공들의 혼란스러운 감정과 이별 후 소년의 아픔에 집중했다면, '모리스'는 동성애가 금기시된 시대적 상황 때문에 갈등하는 인물들의 모습에 더 초점을 맞췄다.

105년 전, 그리고 32년 전에 쓰인 사랑의 모습…'모리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