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어렵다" 발언하자 '2년전 ICBM발사때 이동발사대 이용' 지적 국방장관·국정원 "이동식발사대서 바로 쏘지 않았단 취지" 해명 전문가 "현재 北기술상 어려울수도"…軍 "0.001%의 가능성에도 대비" "문제핵심은 北이 동창리 밖에서도 ICBM 쏠 수 있다는 점" 지적도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나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북한 미사일 관련 발언이 논란을 불렀다.
당시 질의에 나선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북한이 동창리(평안북도 철산군 소재)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더라도 이동식발사대(TEL)를 활용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정의용 실장은 "ICBM은 TEL로 발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동석한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도 "현재 북한의 능력으로 봐서 ICBM은 TEL로 발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과 김 차장의 발언은 곧바로 사실 여부를 놓고 논란을 불렀다.
북한은 2017년 7월 4일과 28일에 '화성-14형'을, 같은 해 11월 29일에는 '화성-15형'을 각각 시험 발사하는 등 ICBM급 미사일을 누차 발사한 바 있다.
이때 북한은 TEL을 이용해 미사일을 발사 장소로 옮긴 뒤 고정식 발사대나 지상 거치대 등을 이용해 발사했기에 'TEL로 발사하긴 어렵다'는 정 실장 말은 틀린 말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정 실장이 대통령을 수행해 해외 출장을 간 상황에서 국방부와 국정원은 '북한이 ICBM 발사에 TEL을 이동수단으로 이용한 것은 맞지만 TEL에서 바로 발사한 것은 아니다'는 게 정 실장 발언의 취지였다고 대신 설명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 실장이) TEL을 움직여서 바로 그것(ICBM)을 쏜 게 아니라 고정식 발사대나 지지대 등을 사용해서 발사했다는 차원에서 답변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도 같은 날 국회 정보위 보고 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북한은 ICBM을 TEL에 실어 발사 지점으로 이동했고, 고정 거치대에 세워 놓은 뒤 TEL은 현장을 벗어났고, 고정 거치대에서 발사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TEL을 이용해 ICBM을 쏜 것은 맞지만 TEL에서 바로 쏜 것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북한이 TEL에서 바로 ICBM을 쏘는 것이 정 실장 말대로 '어려운지' 여부에 우선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5일 "지금 북한이 가진 TEL 중에는 (ICBM의) 높은 중량을 견디는 것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태'라는 전제를 달아 북한이 보유한 TEL에서 바로 ICBM을 쏘지는 못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 연구위원은 또 "북한이 미국 동부까지 타격가능한 수준의 ICBM을 쏘려면 산소를 공급하는 산화제로 사산화이질소를 써야 하는데, 끓는 점 21.69℃, 어는 점 -11.2℃로 야전에서의 운용에 제약이 있는 사산화이질소를 쓸 경우 TEL에서 발사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부연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TEL에서 직접 발사할 수 있을 만큼 기술적 진보를 이뤘을 가능성을 '제로'로 단정하진 않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았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은 2017년에 이동식 발사대로 (ICBM급 화성-15를) 발사 위치까지 운반해서 그 자리에서 고정된 별도의 받침대를 이용해서 발사했다.
그 이후 2년 정도 지났기 때문에 군사 기술적인 보완 노력을 지속해 왔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군은 0.001%의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TEL의 손상을 피하기 위해 그동안 TEL에서 직접 ICBM을 쏘지 않았을 뿐, TEL에서 직접 발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진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입장으로 해석됐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문제의 '본질'은 북한이 한미 정찰 자산을 통한 식별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동창리 발사장 등의 고정 발사시설에서 ICBM을 발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ICBM을 TEL로 이동시킨 뒤 발사함으로써 사전탐지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TEL에서 바로 ICBM을 쏠 수 있는지, TEL에서 분리해 별도의 거치대를 세워야 하는지 여부도 발사 사전 탐지 가능 여부에 '차이'를 가져오는 요인이지만, 그보다는 북한이 TEL을 활용한 '이동 발사'가 가능하다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문제의 핵심은 북한이 동창리 시설이 없어도 이동식 발사장치를 이용해 ICBM을 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아직 TEL에서 ICBM을 직접 쏘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것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고 말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TEL은 미사일을 이동시켜서 탐지하지 못하게 해 놓고 쏘는 것이 목적"이라며 "꼭 TEL 위에서 쏘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며, 다른 나라를 봐도 TEL로 ICBM을 이동해 놓고 TEL의 파손을 막기 위해 북한의 화성-15형 발사때처럼 TEL에서 미사일을 분리해 놓고 쏘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