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 19일째…"당파적 정부 아닌 전문관료 정부 원해"

지중해 연안의 중동국가 레바논에서 총리가 반정부 시위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민생고를 둘러싼 국민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레바논의 반정부 시위대는 4일(현지시간) 수도 베이루트 등에서 도로를 막은 채 경제난과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고 정치 개혁을 요구했다고 AFP, dpa,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25세로 실업 상태인 한 시위 참석자는 AFP에 "우리는 당파적 정부가 아니라 전문 관료로 구성된 정부를 원한다"고 말했다.

'라미'라는 이름의 다른 참석자는 dpa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아직도 꾸물거리고 있고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정부가 구성되기를 원한다"며 "그것이 우리가 오늘 도로를 막고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사퇴한다고 발표한 뒤에도 일주일째 반정부 시위가 지속하고 있다.

총리 사퇴에도 레바논서 이어지는 시위…정치시스템 개혁 요구
레바논의 반정부 시위는 지난달 17일 왓츠앱 등 메신저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의 세금 계획에 대한 반발로 시작됐고 벌써 19일째 이어지며 장기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은행이 3주 가까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또 지난 3일에는 미셸 아운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와 그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나란히 열리는 등 국민 분열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이번 시위는 높은 실업률 등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민심이 폭발한 결과로 레바논의 정치 시스템이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로이터는 레바논이 1975∼1990년 내전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에 직면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레바논의 경제 성장률이 정체된 가운데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국가부채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50%나 될 정도로 높다.

또 35세 미만 청년층의 실업률이 약 37%나 될 정도로 일자리 문제도 심각하다.

아운 대통령은 앞으로 의회와 논의를 거쳐 차기 총리를 선임할 예정인데 성난 민심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 미지수다.

종파, 종족이 뒤섞인 레바논은 헌법에 따라 기독교계 마론파가 대통령을 맡고 총리와 국회의장은 각각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가 담당하는 독특한 정치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차기 레바논 내각은 정파적 안배뿐 아니라 시위대가 요구하는 전문관료 발탁도 충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운 대통령은 지난 3일 TV로 방영된 연설에서 부패 척결, 경제난 해결, 시민 정부 구성을 위한 계획이 세워졌다며 국민에게 단합을 호소했다.

/연합뉴스